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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9월 13일 21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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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국의 야간 교통사고 사망률은 한국보다 낮다.
플로리다의 경우를 보자. 오후4시 부터 오전2시 사이에 전체 교통사고의 40%가 발생한다. 이 시간대 교통사고 사망자는 전체의 50%. 한국은 어떤가. 같은 시간대 사고건수는 전체의 45%, 교통사고 사망자는 전체의 60%로 미국보다 사고율과 사망률이 모두 높다. 야간에, 그것도 치명적인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플로리다 주도(州都)인 탈라하시에서 종합설계회사에 다니는 이원구(李原九·35)씨는 미국의 야간 교통사고 사망률이 낮은 이유에 대해 “꼭 필요한 곳에 교통안전시설을 설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꼭 필요한 곳’이란 커브길 등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는 곳이나 도로가 갑자기 좁아지는 공사장 주변을 말한다. 교통사고 위험성이 높은 곳에는 빠짐없이 예고표지나 안전시설이 있다는 뜻이다.
지난 7월23일 오후8시부터 이씨의 승용차를 타고 탈라하시 시내를 한바퀴 돌았다. 전체적으로 길거리가 어두웠지만 이씨가 설명한 것처럼 커브나 언덕길은 예외였다.
당시 고속도로와 간선도로를 잇는 순환도로에선 왕복 2차로를 4차로로 확장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공사 중임을 알려주는 예고표지판.
공사구간이 가까워지면서 ‘1천피트(약3백m) 앞 도로공사’ ‘5백피트 앞 도로공사’라고 쓰여진 표지판이 차례로 나타났고 공사구간 직전에는 ‘전방 도로공사, 시속 30마일’이라는 대형 전광판이 설치돼 있었다.
또 공사장 주변에는 구불구불한 도로상태를 알리는 표지판과 야광처리된 고무기둥 등 충격 완화시설이 설치돼 있었고 공사구간이 끝나는 지점에는 친절하게 ‘공사구간 끝’이라는 표지판까지 만들어 놓았다. 공사규모가 큰 경우에는 현장에서 1마일(1.6㎞) 떨어진 곳부터 예고 표지판을 설치해 놓아 운전자가 미리미리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속도를 줄이시오’식의 애매모호한 내용이 아니라 ‘시속 30마일’처럼 제한속도를 정확히 표기한 안내표지판도 공사장 주변, 특히 야간 교통사고를 줄이는 요인이다.
이원구씨는 “미국의 주정부는 민간회사에 도로설계 용역을 맡기면서 야간사고를 줄이기 위해 곡선이나 도로기울기를 세심하게 처리하도록 주문하고 반드시 이를 점검한다”고 말했다.
〈탈라하시(플로리다)〓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