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그곳에도 길이 있다]<5>벤처기업은 이런 인재 원한다

입력 2004-10-27 17:59수정 2009-10-09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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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부품회사인 M사에 지난해 입사한 이모씨(28)는 요즘 일하는 재미가 예전 같지 않다.

벤처업계 경기가 나빠지면서 회사의 성장세가 정체됐다는 느낌이 강해졌기 때문.

일류대 공대를 나왔지만 대기업에 들어간 다른 친구들보다 근무 조건이 좋은 편도 아니다.

“누구는 어디로 옮겼다더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씨는 그래도 “입사 초기의 기대감은 줄었지만 정보기술(IT) 회사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비전은 변하지 않았다”며 “대기업으로 안 간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파이오링크의 직원들이 제품을 앞에 놓고 연구개발 관련 회의를 하고 있다. 이런 벤처기업에서는 신입사원도 비교적 많은 재량권을 갖고 자유롭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이정은기자

벤처기업 입사 및 회사 생활은 일반 회사와 다른 점이 많다.

그 특징들을 제대로 뜯어보지 않고는 취업도 어려울뿐더러 이후에도 제대로 적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도전을 즐기는 인재 모십니다”

벤처기업은 짧은 시간에 급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대기업에서는 느낄 수 없는 성취감과 짜릿한 성장 속도를 경험할 수 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자기 분야에서 재량권을 갖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입사 1년차가 대기업 과장이 하는 일을 맡기도 한다.

반면 벤처기업의 부침(浮沈)이 심한 것은 큰 위험요인으로 지적된다. 급한 성장곡선을 그리는가 싶다가도 한순간에 적자로 돌아서거나 쇠퇴기로 접어들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직업의 안정성이 다른 분야에 비해 낮다는 뜻이다.

그만큼 동종업계로의 이직률도 상대적으로 높다. 벤처기업들도 대부분 수시 채용 방식으로 사람을 뽑아 쓴다. 상당수는 당장 자리가 비어 있지는 않아도 능력이 있는 인재라면 언제라도 채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회사 홈페이지에 ‘인재 모집’란을 상시적으로 열어 놓는 회사도 많다.

안철수연구소의 김철수 부사장은 “벤처기업의 핵심은 인력”이라며 “개인의 능력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인재 확보 시도가 적극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 특정분야 전문성 갖춘 ‘선수’가 돼야

대졸 출신의 취업준비 초년병이 맞닥뜨리게 되는 가장 큰 문제점은 경력 부족이다.

벤처업체 대부분은 경력이 2∼3년은 되는 사람을 선호한다. 아예 채용 공고에 이 조건을 기본으로 제시하는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정보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영업환경도 휙휙 바뀌기 때문에 찬찬히 가르치면서 인재로 키워 줄 여유가 없다는 것. 회사 규모가 크지 않아 초기 교육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도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채용 담당자들은 현장에 투입하면 바로 자기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자발적으로 업무를 리드해 나갈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쉬프트정보통신 인사담당자는 “현장에 바로 투입돼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며 “채용 면접시 이를 판단하기 위해 경력과 기술을 우선적으로 살펴본다”고 말했다.

대학교 동아리 활동이나 기업 인턴과정, 게임스쿨 등의 특화된 교육을 통해 미리 경험을 쌓아놓은 것도 큰 도움이 된다.

●회사의 비전에 대한 확신

경력자 채용에 따른 이직 문화가 일반화되면서 회사를 옮기는 것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은 편. 따라서 첫 회사에서 ‘뼈를 묻겠다’는 생각보다는 일단 경력을 쌓아 ‘몸값’을 높이겠다는 차원에서 시작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그러나 벤처기업으로서는 채용면접시 가장 기피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벤처업계 관계자들은 “조직이 안정될 만하면 회사를 떠나는 ‘메뚜기’들을 붙잡는 데 지쳤다”고 토로할 정도.

이스트소프트의 채용 담당자는 “당장의 현실은 좀 힘들더라도 믿음을 갖고 오랫동안 힘을 합칠 수 있는 사람을 가장 선호한다”며 “장기 근속성은 중요한 체크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수준의 연봉이나 복지 수준을 요구하는 사람도 사절 대상이다. S사 관계자는 “대기업이나 금융회사 같은 급여 수준을 맞춰 줄 능력이 아직 없다”며 “이를 이해하고 회사와 함께 커 가려는 자세가 돼 있으면 뽑겠다”고 설명했다.

채용 포털사이트 파인드올취업의 정재윤 이사는 “새로운 취업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 놓되 몸담은 회사에 대해서는 열정적으로 뛰어들겠다는 각오와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채용 담당자들은 이 밖에 △창의성 △팀워크를 중시하는 자세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 능력 등을 요구사항으로 꼽았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

▼열정으로 벤처입사 정석원씨“즐겨하던 게임으로 월급 받죠”▼

“안정적인 삶보다 남이 하지 않는 일에 도전해 볼 용기가 앞선다면 벤처기업이 찾는 인재입니다.”

정석원씨(29·사진)는 3월 온라인게임업체 CCR에 입사했다.

그는 대학시절 좋아하는 항공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기기 위해 몇 달간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게임 장치를 샀다. 그의 컴퓨터 앞에는 실제 항공기 조종석처럼 조종간과 발로 밟는 페달, 비행기 이착륙 손잡이 등의 장비가 놓여 있다.

책꽂이를 채운 각종 게임 CD도 50장이 넘었다. 집에서는 그런 정씨를 보며 “도대체 뭐가 되려고 그러느냐”며 걱정했지만 정씨는 게임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됐다.

처음에는 일은 많이 하면서 대우는 좋지 않다는 벤처기업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가족과 친구들이 정씨를 말리기도 했다.

그러나 정씨가 일하는 CCR는 ‘포트리스’와 최근 선보인 ‘RF온라인’ 등의 성공으로 주목받는 게임업체. 주위의 우려는 곧 안심으로 바뀌었다.

정씨의 역할은 ‘RF온라인’ 게임의 운영자다. 게임 운영자란 온라인게임에 접속한 사용자들의 불만을 해결해 주고 게임 진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관리하는 게임 세상의 ‘보이지 않는 손’이다.

게임 운영자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했던 것은 게임에 대한 열정.

그는 인턴 과정을 6개월 거치며 회사에 자신의 게임에 대한 관심을 알렸고, 회사측은 “정씨가 게임에 대해 폭넓은 지식을 가졌을 뿐 아니라 회사 일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며 일하는 자세를 보였다”며 주저 없이 정씨를 정사원으로 채용했다.

정씨는 “벤처기업에서 원하는 것은 일에 미친 듯 몰두할 수 있는 열정”이라며 “실력은 입사 후 쌓을 수도 있지만 열정이 부족한 지원자는 회사와 개인 모두에게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벤처 기업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과는 달리 개인의 노력이 바로 회사의 성과가 된다”며 “게임 운영자가 좋은 이벤트 하나만 고안해도 가입자와 매출이 바로 늘어나게 마련”이라고 벤처기업의 장점을 설명했다.

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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