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플라자]高수익-투명경영이 주가상승 주도

  • 입력 2002년 4월 10일 17시 18분


【주가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9·11테러’가 일어난 다음달인 10월부터 주가가 7개월째 상승하고 있는데다 외국인이 삼성전자 등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을 내다팔고 있어 조정(단기하락)을 나타낼 것이라는 분석은 잘 맞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 ‘버블(거품)’론을 제기하고, 정부도 증시 열기를 식히기 위해 불공정거래를 뿌리뽑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주가상승세는 좀처럼 약해지지 않고 있다. 주가를 이처럼 강하게 밀어올리는 힘은 바로 ‘자기자본이익률(ROE) 혁명’이다. 종합주가지수를 460선에서 900선까지 끌어올렸던 힘이 낙폭과대와 저평가였다면 이제부터 주가상승을 이끄는 것은 바로 ROE다.】

ROE(return on equity)란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경영자가 주주의 자본을 운용해 어느 정도의 이익을 올렸는지를 나타낸다. ROE가 은행이자보다 낮으면 경영을 잘못했다는 증거고 ROE가 높으면 기업이 투자해서 수익을 많이 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ROE혁명은 기업수익이 향상되는 것과 함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기업의 경영투명성이 높아졌으며, 시중 실세금리가 연6%대로 떨어지는 초저금리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함께 아우르는 말이다. 금리가 한자릿수로 떨어지고 기업이 높은 이익을 바탕으로 배당을 많이 해줌으로써 주식투자의 장점이 높아짐에 따라 시중 여유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돼 주가가 오르는 ‘선순환(善循環)’ 메커니즘이 작동하게 된다는 얘기다.

종합주가지수는 89년4월과 94년11월, 99년 7월에 1,000을 넘었다. 주가가 네자릿수에 들어설 때마다 ‘이제는 세자릿수로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랐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희망과 달리 주가는 1,000고지를 넘자마자 다시 500선 밑으로 밀리는 아픔을 겪었다. “종합주가지수 1,000은 아무리 해도 이룰 수 없는 시시포스 신화가 됐다”(신한증권 정의석 투자분석부장)는 자성이 나오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것이 증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삼성증권 이남우 상무는 “이번 대세상승은 ‘ROE혁명’에 따라 진행되는 것으로 종합주가지수는 사상 최고치(1,138.75)를 뚫고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굿모닝증권 티모시 매카시 회장은 “미국에서 엔론사태가 일어난 뒤 글로벌펀드의 매니저들이 한국을 미국이나 유럽보다 낮게 평가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애셋자산운용 최남철 전무는 “이번에 1,000선 위로 올라서면 일시적 조정은 있을지라도 상승세가 지속돼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지수, 예를 들어 2000대 지수도 가능하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이 이처럼 낙관론을 펴는 것은 올해 ROE가 12∼13%로 회사채 유통수익률(연7.5%추정)보다 5%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ROE가 자금조달 비용을 나타내는 회사채 수익률을 웃도는 것은 증시 개장이래 처음이다. 코스모투자자문 최권욱 사장은 “ROE가 채권수익률보다 높아지면서 기관과 개인들이 포트폴리오(자산구성)에서 채권을 줄이고 주식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상장 및 등록 기업의 올해 경제적 이윤(Economic Profit)은 7330억원으로 사상 처음 플러스를 나타낸 뒤 내년에는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CSFB증권)되고 있다. 기업의 체질이 수익성 위주로 뿌리부터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경영투명성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이익이 나면 대주주가 이익을 빼내 쓰는 것이 한국의 관례였다. 이익이 많이 날 것으로 예상돼도 주가는 항상 푸대접(discount)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제는 “ROE와 주가로 CEO의 경영성과를 평가받고 있어 이익을 빼돌리기 보다는 그 이익으로 자사주를 사서 소각하고 있는 상황”(메리츠투자자문 박종규 사장)이다.

또 지금까지는 주가가 오르면 유상증자와 기업공개가 잇따라 증시는 물량부담에 시달렸다. 89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의 14%, 2000년에는 GDP의 6%에 이르는 엄청난 물량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유상증자가 별로 나오지 않고 있다. “생산능력을 늘리기 위한 투자를 억제하고 있어 자금 수요가 없기 때문”(동양증권 서명석 투자전략팀장)이다.

빠르면 연말쯤 MSCI 선진국지수에 한국이 포함될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한국 증시에 투자하지 않고 있는 일본의 기관투자가나 미국과 유럽의 대형 글로벌펀드가 한국 주식을 사기 시작하면 주가는 한 단계 더 상승(level-up)할 것(액츠투자자문 정진호 사장)으로 기대된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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