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한 이내창씨 안기부원과 동행”

  • 입력 2002년 1월 10일 14시 21분


1989년 8월 15일 전남 거문도 유림해수욕장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이내창(李來昌·당시 27세·중앙대 안성캠퍼스 총학생회장)씨가 당시 안기부 직원과 동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양승규·梁承圭)는 10일 이내창 의문사 진상조사 중간발표 기자회견에서 “동행여부를 입증하는 진술과 함께 당시 수사결과와 배치되는 여러 가지 사실들을 확인했다” 고 말했다.

위원회는 논란의 핵심이었던 안기부 직원의 동행 여부에 대해 “당시 거문도의 한 다방에서 일했던 최모씨(여)에게서 이씨가 안기부 여직원 도모씨와 함께 있었다는 진술을 받았다” 고 밝혔다.

최씨는 당시 경찰 수사에서 처음에는 동행했다고 진술했다가 나중에 번복했었다.

위원회는 또 사건 당일의 이틀 전과 당일에 경찰관을 자처하는 기관원 7명이 거문도에서 머물렀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시 경찰은 이들을 전혀 조사하지 않았다.

이씨의 사인에 대해 위원회는 법의학자들에게 이씨의 부검결과를 보여주면서 자문을 구한 결과 플랑크톤이 몸 전체 장기에서 골고루 검출되는 보통의 익사와 달리 폐에서만 나온 ‘비전형적인 익사’ 라는 응답을 얻었다고 말했다.

또 실족 현장을 조사한 결과 부근 바위들이 실족을 할만큼 미끄럽지 않아 당시 경찰이 발표한 실족에 의한 익사 가능성은 낮으며 이씨 머리에 12×6㎝의 두피박탈 및 피하출혈을 동반한 부상을 일으킬 정도로 바위가 날카롭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밖에 이씨를 감시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거문도에서 이씨가 상당히 불안해 했으며 놀러갔다고 했던 안기부 여직원의 알리바이가 맞지 않았다는 점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김형태(金炯泰) 제1상임위원은 그러나 “이씨의 죽음이 타살인지, 타살됐다면 누구에 의해서인지 등은 아직 판단 내리지 않았고 조사를 더 해봐야 한다” 고 말했다.

위원회는 앞으로 이씨가 거문도에 간 이유 등을 확인하기 위해 안기부에 자료 및 협조 요청을 할 예정이다.

당시 경찰은 이씨가 학생회 문제 등으로 고민을 하다 머리를 식히려고 거문도 여행을 가서 바위에서 미끄러져 바다에 빠져 익사했으며 동행자는 없었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민동용기자>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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