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외교부 업무보고]
“北, 남쪽 탱크 넘어올까 방벽 쌓아”… 대북 유화책 주장 ‘자주파’ 힘 실어줘
정동영 “서울~베이징 고속철 등 추진”… 野 “李, 김정은 대변인이냐” 강력 반발
정동영 통일부 장관(왼쪽)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통일부 대상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현 외교부 장관. 이재명 대통령은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대북정책을 둘러싼 외교부, 통일부의 이견 노출에 대해 “각 부처가 고유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북한이 (남한의) 북침을 우려해 전 분계선에 걸쳐 삼중 철책을 치고 탱크가 넘어올까 싶어 방벽을 쌓고 있다”며 “북한의 접촉 거부는 일종의 ‘업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선전전에 넘어가서 빨갱이가 될까 봐 그러냐”며 노동신문 등 북한 자료 공개도 지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준비에 들어간 북한을 향해 적극적인 유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야당은 이 대통령의 발언들을 겨냥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변인이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 “노동신문 공개, 빨갱이 세상 만든다고 공격”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외교부, 통일부 업무보고에 앞서 “(남북이) 과거엔 원수인 척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진짜 원수가 돼 가는 것 같다”며 “불필요하게 강 대 강 정책을 취하는 바람에 정말로 증오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950년대 전쟁 이후에 사실 군사분계선에서 우리가 대치를 하긴 했지만 북한이 전 분계선에 걸쳐서 삼중 철책을 치고, 다리를 끊고, 도로를 끊고, 옹벽을 쌓고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며 “정략적인 욕망 때문에 이렇게 만들었다고 보여진다. 이제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책을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의 원인이라고 규정하고 한국이 먼저 북한에 대해 적극적인 유화책을 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노동신문 등 북한 자료 개방을 지시하면서 “이걸 공개하자고 하면 대한민국을 빨갱이 세상 만드는 것이냐고 엄청난 정치적 공격이 생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이런 걸 뭘 국정과제로 하나. 그냥 풀어놓으면 되지”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인 북한 억류자와 납북자, 국군포로 송환 문제에 대해 “남북대화가 되고 있을 때도 반응이 거의 없었던 사항”이라며 “지금은 대화가 끊어졌으니 할 수 있는 게 없네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비공개 업무보고에선 남북 교역 중단 등을 담은 정부의 독자 제재인 5·24조치 해제에 대해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가 5·24조치에 대해 “이미 사문화됐다”며 해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하자 조현 외교부 장관에게 국제사회의 반응을 물었다는 것이다. ● “통일부가 선제적 역할 해야”
정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제재를 하면서 대화를 할 수는 없다”며 이 대통령에게 5·24조치 등 독자 대북제재의 선제적 완화를 제안했다. 또 서울∼베이징 고속철 건설, 북한 원산갈마관광지구 ‘평화 관광’ 구상과 함께 북한이 광물·희토류를 수출하면 한국이 에스크로(제3자 예치) 계좌에 대금을 지불하고 북한이 이를 민생물자를 수입하는 데 쓸 수 있도록 하는 신평화 교역 방안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선제적이고 주도적으로 남북 간의 적대가 완화될수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며 “통일부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내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남북 및 북-미 대화 재개의 계기로 삼기 위해선 통일부 주도로 제재 완화 등 대대적인 유화책이 필요하다는 자주파의 목소리에 힘을 실은 것.
다만 이 대통령은 비공개 업무보고에선 정 장관이 제안한 방안의 실현 가능성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또 “각 부처들이 고유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등이 함께 논의하는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조현 장관은 업무보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통일부의 방안을 ‘이상’이라고 표현하며 “현실로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북한 대변인을 자처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나라를 통째로 북한에 갖다 바치려는 수작이냐는 세간의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주진우 의원은 “북한의 무력 도발을 대한민국 탓으로 돌리지 말라”고 했고 김재섭 의원은 “노동신문은 김일성 교시에 따라 선동과 선전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했다. 조정훈 의원은 “북한 목함지뢰로 영구 장애를 입은 대한민국 청년 장병, 천안함 피격으로 목숨을 잃은 46명 용사들 앞에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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