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있는 음색의 한국 공연계 스타
제작자-잡지 발행인 등 다양한 활동
뇌종양 판정뒤 투병, 69세로 숨져
“한 달을 살더라도 ‘윤석화’답게, 담대하고 열정적으로 살고 싶어요.”(2023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연극 ‘신의 아그네스’, 뮤지컬 ‘명성황후’ 등에 출연하며 한국 공연계 스타로 활약한 배우 윤석화 씨(사진)가 19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69세.
고인은 이날 오전 10시경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그는 2022년 뇌종양 판정을 받은 뒤 줄곧 투병해 왔다.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19세이던 1975년 민중극단 연극 ‘꿀맛’으로 데뷔했다. 원래 교사나 현모양처를 꿈꿨으나 개성 있는 음색 덕에 CM(광고방송)송을 부르며 주목 받았다. 대중에게 친숙한 “열두 시에 만나요…”(아이스크림)와 “하늘에서 별을 따다…”(탄산음료)가 고인의 목소리다.
고인이 스타로 발돋움한 작품은 ‘신의 아그네스’였다. 1983년 직접 번역하고 주역을 맡은 이 작품은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그를 연극계 간판 배우로 만들었다. 실험극장 초연 당시 최장기 공연(532회)과 최다 관객 동원(10만 명) 등을 기록했다.
그는 연극 ‘덕혜옹주’(1995년), ‘햄릿’(2016년) 등에서 활약하며 배우 손숙, 박정자와 국내 연극계를 이끄는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뮤지컬 역시 국내 초창기부터 ‘신데렐라’(1976년), ‘명성황후’(1996년) 등에 출연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2012년엔 제작자로 변신해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원더풀 타운’을 무대에 올렸다. 1994년 자신의 이름(石花)에서 착안한 잡지사 ‘돌꽃컴퍼니’를 설립했으며, 1999년 음악전문지 월간 ‘객석’을 인수해 발행인으로 활동했다.
2022년 10월 런던 출장 중 쓰러진 고인은 악성 뇌종양이 발견돼 당시 20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받았다. 고인의 마지막 무대는 2023년 배우 손숙의 데뷔 60주년 연극 ‘토카타’에 5분가량 섰던 우정 출연이었다.
1984년 동아일보 여성동아대상을 비롯해 동아연극상 연기상과 백상예술대상, 한국연극배우협회 올해의 배우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2005년 어린이날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남편 김석기 씨와 아들 수민 씨, 딸 수화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세브란스병원, 발인 21일 오전 9시. 02-2227-7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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