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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IT/의학

지구 온난화로 동·식물 짝짓기 행동 변했다

입력 2022-11-29 13:20업데이트 2022-11-2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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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명체들의 짝짓기는 매우 치열한 과정이다. 예컨대 수컷 잠자리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피카소 작품을 방불케 하는 현란한 색과 무늬로 날개를 장식한다. 그런데 기후 온난화로 일부 수컷들이 그런 노력을 줄이면서 수컷의 현란한 색상이 줄어들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동물 세상에서 짝짓기를 위한 특성 즉, 색상이나 춤추기 행동 등은 오직 짝짓기만을 위한 것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 시대를 맞아 많은 동물들이 짝짓기용 특성을 버리거나 용도를 바꾸고 있다. 사람도 일부 기후 변화에 영향을 받아 짝짓기 행동 특성이 변한다는 징후도 있다. 현재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기후변화에 발맞춘 짝짓기 행동 특성의 변화가 충분하지 못할 경우 동식물 모든 종의 최대 6분의 1 가량이 도태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수컷 사자는 크고 짙은 갈기가, 수컷 공작은 길고 화려한 꽁지깃털이 특징이다. 사람의 경우 “총각”이나 “처녀”들 모두 보다 예쁘고 멋지게 보이려 노력한다.

일반적으로 둥물들은 겉모습으로 짝짓기 상대를 판별한다. 더 크고 화려하고 이색적일수록 유리하다. 주로 수컷이 해당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진화생물학자들은 눈을 끄는 특성들이 우성 유전자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이 유전자를 후대에 전하기 위해 암컷들이 눈에 잘 띄는 수컷을 고르게 된다는 것이다. 사자의 경우 잘 생긴 수컷 한 마리가 여러 마리의 암컷을 거느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눈에 띄게 치장하는데 따르는 에너지 소모가 장난이 아니다. 예컨대 잠자리 날개의 어두운 부분이 많아지면 잠자리 체온이 최대 2도 정도 오른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 때문에 체온이 오르는 건 손해가 된다. 이런 식으로 많은 동식물의 짝짓기가 온난화의 영향을 받는다.



미 콜로라도대 진화생물학자 마이클 무어 교수의 연구팀은 잠자리 3000마리 이상을 관찰해 최근 수십 년 사이 잠자리 날개에 검은 부분이 줄어든 경우를 확인했다. 날씨가 더운 해일수록 검은 부분의 면적이 줄었다는 것이다. 무어 교수는 “더운 해가 되면 날개 장식이 많은 잠자리가 도태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무어교수는 암컷들이 보다 덜 화려한 수컷에 끌리는 식으로 변화하는 지도 연구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사자를 연구해온 미네소타대 크레이 패커 생태학 교수는 크고 짙은 갈기를 가진 사자가 더 그늘을 자주 찾고 물을 더 많이 마시며 교미 뒤 휴식시간도 길다고 밝혔다. 갈기가 적은 사자가 잇달아 여러 마리의 암컷과 교미하는 것과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사자에게 있어 크고 짙은 갈기는 우수한 수컷임을 과시하는 용도다. “나는 열을 잘 견뎌낼 수 있다”고 과시한다는 것이다. 또 수컷의 체온이 높으면 암컷에 의해 거부되는 경우도 줄어든다. 그러나 지구 기온이 높아지면서 암컷의 짝짓기 상대 선택 기준이 일부 변화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 실험실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한 연구에 따르면 유럽의 조명충나방 암컷이 기온이 높아지면 수컷의 성 페로몬에 대한 반응이 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서추세츠대 진화생물학자 제네비에베 코작은 기온이 높아져 스트레스를 더 받게 되고 심지어 생존 위협까지 느끼게 된 암컷이 “곧 죽을 것을 감지해 필사적으로 교미하려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까다롭게 짝짓기 상대를 고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컷 1 마리와만 교미하는 과일 파리의 경우 온도가 높아지면 교미 상대 수컷 파리가 늘어난다. 세인트 루이스대 노아 레이스 교수는 기온이 높아지면 수컷의 정자 생산이 줄어들기 때문에 암컷이 수태율을 높이기 위해 그런 변화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27도 이상의 고온에 며칠 노출된 뒤 8~10개월이 지나면 출산율 0.4%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후 몇 달 동안은 다시 출산율이 오른다. 이는 기온이 높아지면 인간이 성행위 횟수를 줄이면서 임신율도 줄어든다는 뜻이다. 또 이와는 별도로 기온이 높으면n 남성의 정자 생산량이 줄어드는 등 번식력이 떨어진다는 연구도 있다.

인간의 짝짓기 특성이 지구 온난화에 따라 어떻게 변할 지는 각종 문화적, 사회적 변수가 동식물에 비해 강력하게 작용하는 등의 이유 때문에 예측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온난화에 따른 데이트 풍속이 바뀌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온라인 데이트가 늘어나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많이 이용하는 데이팅 앱 OKCupid 자료에 따르면 자기소개에 환경 및 기후 변화 관련 용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올 8~11월 사이 OKCupid 이용자 38만5000여명은 기후 변화가 실제 진행 중임을 믿는다는 사람이 43% 정도다. 이들에 대한 데이트 신청이 28.5% 더 많기도 하다. 암컷 사자가 수컷 사자에게 기후 변화에 대한 의견을 묻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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