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3D기술 접목한 복강경 기기로 정확하고 빠른 수술 가능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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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복강경 수술

최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장으로 취임한 김준기 교수(대장항문외과)는 대장암 관련 복강경 수술의 국내 최고 권위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복강경 수술은 배를 절개하지 않고 복부에 0.5∼1.5cm 크기의 작은 구멍을 내고 특수 카메라가 장착된 내시경과 수술 도구 등을 집어넣어 종양 등을 제거하는 수술 방식. 5∼20cm 내외의 큰 흉터를 남기는 개복 수술에 비해 보통 3, 4곳에 1cm 내외만 절개를 하면 되기 때문에 흉터가 적고 수술 후 통증도 적다. 또 개복 수술에 비해 감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회복시간도 개복 수술에 비해 짧다.

김 교수는 1994년 처음 복강경 수술을 시도한 뒤 3000건이 넘는 대장암 관련 복강경 수술을 진행했다. 이 중에는 2011년 12월 시행한 102세 할머니(대장암 2기)에 대한 수술도 포함돼 있다.

그는 “국내 대장암 복강경 수술은 이제 국제적으로도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을 만큼 수준이 높아졌다”며 “최근에는 일본 같은 세계적인 의료 선진국에서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복강경 수술문화 바꾸는 ‘3D 복강경’

김준기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장은 “3D 복강경은 미세한 혈관을 찾는 시간을 크게 줄여 환자와 의사의 부담을 동시에 줄여 준 수술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김준기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장은 “3D 복강경은 미세한 혈관을 찾는 시간을 크게 줄여 환자와 의사의 부담을 동시에 줄여 준 수술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복강경 수술과 관련해 산전수전을 겪은 김 교수가 최근 새로운 기술에 푹 빠져 있다. 바로 ‘3D 복강경 수술’이다.

현재 주로 쓰이는 2D 복강경 수술은 입체적인 환자의 배속을 평면의 모니터에 의존하며 수술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모니터의 화질이 지속적으로 개선됐지만 평면의 한계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던 것.

환자에게 해를 입히지 않기 위해 섬세하게 손을 움직여야 하는 외과의사들에게 복강경 수술에서 장기와의 거리감과 깊이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것은 큰 문제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강경 장비에 3D 기술이 접목되기 시작했고, 3D 기술로 병변의 깊이나 눈에 보이는 조직과 장기 간의 거리 등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 것. 개복 수술 때의 시야로 수술 부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김 교수는 일본의 글로벌 전자기업으로 복강경 부문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올림푸스가 개발한 3D 복강경을 총 5번 사용했다. 지금까지 사용해온 2D 복강경에 비해 덜 익숙하지만 만족도는 매우 높다.

“제가 나름대로 새로운 기술 배우는 데 적극적이에요. 또 빨리 배우는 편이고요. 그래서 어지간한 신기술 아니면 감동을 잘 안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3D 복강경은 쓰는 순간부터 ‘신기하다’ ‘정말 도움 된다’는 말이 그냥 나오더라고요.”

김 교수는 3D 복강경의 가장 큰 장점으로 장의 혈관과 굴곡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대장암 수술에서 중요한 혈관 찾기 과정이 2D 복강경을 이용할 때보다 크게 단축된다는 것.

그는 “2D 복강경에서는 살짝 올라와 있거나 장간막에 묻혀서 제대로 안 보이는 혈관도 확연히 구별할 수 있게 해주는 게 3D 복강경이 가져온 큰 변화”라며 “미세한 혈관을 찾는 데 들어가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어 전체 수술 시간도 짧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교수팀이 2D 복강경으로 180분(3시간) 정도 걸렸던 대장암 수술이 3D 복강경을 이용하면 145∼160분 정도로 10∼20% 단축됐다. 이 과정에서 ‘수술실 내 의사의 심리상태’를 개선시킬 수 있다는 것도 3D 복강경의 장점이다. 김 교수는 “2D 복강경에서는 잘 안보여 어려움을 겪는 혈관을 찾는 고민을 덜어주는 만큼 의사의 마음 상태도 훨씬 편안해질 수 있다”며 “환자와 의사에게 모두 뚜렷한 혜택을 주는 게 3D 복강경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지속적인 성장 전망

암병원장으로서 김 교수는 향후 3D 복강경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사용해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응이 쉽고, 효과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의사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점도 3D 복강경의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부분이다.

김 교수는 대장뿐 아니라 간 관련 수술에서도 3D 복강경이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간도 미세한 혈관이 많은 대표적인 장기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또 산부인과와 비뇨기과의 수술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의료계에서는 보고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3D 복강경의 확산이 결국 비용과 공급 시스템에 달려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복강경 시스템을 개발하는 모든 기업이 경쟁적으로 3D 복강경에 투자하게 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수술 기술도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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