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소송전 자체가 금연 확산의 ‘주역’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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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담배 손배소’ 1년… 흡연문화 급변에 미치는 영향은

1월 1일부터 담배 가격이 2000원 인상되면서 금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 금연 치료 프로그램 참가자가 의료진에게서 금연 방법에 대한 조언을 듣고 있다. 동아일보DB
1월 1일부터 담배 가격이 2000원 인상되면서 금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 금연 치료 프로그램 참가자가 의료진에게서 금연 방법에 대한 조언을 듣고 있다. 동아일보DB
《 올해 가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건강 이슈 중 하나는 ‘금연’. 1월 1일부터 담배 가격이 2000원 인상됐고, 음식점이 금연 구역으로 지정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정부 차원의 금연 정책이 적극 시행되고 있다. 여기에 2월 25일부터는 금연 치료에 건강보험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병·의원 금연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12주 동안 6회 이내의 상담을 받고, 금연 치료 의약품이나 금연보조제(패치, 껌, 사탕)를 처방받으면 비용의 30∼70%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17년째 하루 반 갑 정도의 담배를 피우는 직장인 조모 씨(37)는 “주변에서 흡연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최근의 강력한 금연 정책이 담배를 끊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담배 소송’ 자체가 강한 담배 규제 정책

이달 들어 보건의료계에서는 또 하나의 금연 관련 사안이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의 담배 회사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다.

건보공단이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BAT코리아제조 등 주요 담배 회사들을 상대로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에 낸 537억4177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14일로 1년을 맞는다. ‘담배 소송’으로도 불리는 이 소송은 지금까지 총 3차례에 걸쳐 변론이 진행됐다.

재판부는 담배 소송의 핵심 쟁점을 5가지로 보고 있다. 핵심 쟁점은 △건보공단이 흡연자들을 대변해 직접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지 △흡연과 폐암 발생 간의 인과관계 △담배 회사들의 제조물 책임 여부 △담배 회사가 중독성 강화를 위해 첨가제를 추가했는지 △건보공단의 손해액 규모를 어느 정도 범위로 할 수 있는지 등이다.

건보공단은 담배 소송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담배의 악영향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종 소송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소송 과정에서 담배의 폐해를 다양하게 입증할 수 있기 때문에 담배 규제 정책 못지않게 큰 금연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강영호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담배 소송을 통해 담배의 악영향을 국민이 보다 명확하게 인식하게 되면 국민건강 증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흡연으로 인한 건보 재정 지출의 심각성을 알리는 데도 담배 소송이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건보공단은 흡연으로 인한 각종 질환 때문에 매년 약 1조7000억 원의 진료비가 건보 재정에서 지출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 담배 회사가 원인 제공자 인식 심어

건보공단과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담배 소송의 목표 중 하나로 ‘흡연 폐해 책임에 대한 인식 바꾸기’를 꼽는다. 이들은 상당수 흡연자가 담배의 유해성을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흡연을 시작하고, 그 뒤에는 니코틴같이 담배에 함유돼 있는 중독성 물질 때문에 담배를 끊을 수 없게 됐다고 주장한다. 그런 만큼 담배를 스스로 선택해서 피웠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은 흡연자들에게 있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최보율 한양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한국역학회장)는 “담배 회사들이 흡연 중독의 원인 제공자이기 때문에 흡연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부담시키는 건 정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다음 달 15일 열리는 담배 소송의 4차 변론에서는 ‘흡연과 폐암 간의 인과관계’에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담배 회사들은 흡연이 폐암을 일으킬 수는 있지만 흡연과 폐암 간 인과관계를 주장하는 연구들은 모두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나온 것이라 개별적으로 모든 흡연자에게 적용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반박하기 위해 건보공단은 하루 한 갑 이상 20년 넘게 담배를 피운 폐암 환자 3400여 명의 흡연 기록과 진단명 등 의료 기록을 최근 재판부에 제출했다. 또 해외 연구기관과 학자들이 입증한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 관련 연구 사례들도 소개할 계획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2011년 법원이 흡연이 일부 폐암과 후두암 등과 연관이 있다고 인정한 만큼 이번 소송에서도 폐암과 흡연의 인과관계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금연 치료#건강보험#담배 소송#건보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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