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 담배는 줄였지만 술은 늘었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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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 ‘2014 건강조사’… 성인 30%만 “금연-절주-걷기 실천”

대기업 직장인 이모 씨(37)는 잦은 야근과 술자리에도 특별한 건강 문제를 겪고 있지 않는 ‘건강 체질’이다. 담배도 하루 반 갑 정도 피우고, 운동은 따로 하지 않는다.

그는 “특별히 아픈 데가 없어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고 있다”며 “매년 정기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의사가 비만이라며 ‘금연, 절주, 꾸준한 걷기 같은 기본 건강생활 습관이라도 실천하라’고 지적한다”고 말했다.

국내 성인 중 △금연 △저위험 음주(주 2회 미만으로 한 번 술을 마실 때 남자는 7잔, 여자는 5잔 이하로 마시는 경우) △꾸준한 걷기(최근 1주일 동안 매일 30분 이상 걷기를 주 5일 이상 실천한 경우) 등 이른바 ‘3대 기본 건강생활 습관’을 모두 실천하고 있는 사람은 3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질병관리본부가 전국 22만 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4년 지역사회 건강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자 중 29.6%만이 3가지 건강생활 습관을 모두 실천하고 있었다. 연령대별로는 30대와 40대의 실천 비율이 각각 23.8%와 25%로 가장 낮았다. 특히 30대와 40대 남성의 실천 비율은 각각 15.9%와 14.3%에 그쳤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30, 40대의 경우 가장 바쁘게 직장생활을 하는 연령대이면서 심각한 만성질환이 발생하기에는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이기 때문에 건강관리에 더욱 소홀할 수 있다”며 “이들이 50, 60대가 돼서 본격적으로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으로 고생하는 것을 막도록 건강관리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서울(39.2%), 대전(34.5%), 인천(33.6%)의 3대 건강생활 습관 실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제주(21.3%), 경남(21.5%), 경북(22.2%)이 낮았다.

주요 건강 습관 지표인 △남자 현재 흡연율 △고위험 음주율(주 2회 이상, 한 번 술을 마실 때 남자는 7잔, 여자는 5잔 이상 마시는 경우) △걷기 실천율 △비만율 등은 대부분 첫 조사가 진행됐던 2008년에 비해 특별히 개선되지 않았다.남자 현재 흡연율의 경우 2008년 49.2%에서 지난해에는 45.3%로 개선됐지만 △고위험 음주율(2008년 18.4%→2014년 18.7%) △걷기 실천율(50.6%→37.5%) △비만율(21.6%→25.3%) 등은 모두 악화됐다. 특히 흡연율과 고위험 음주율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떨어지는 지역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오 교수는 “전반적인 직장문화와 사회 분위기가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는 데 여의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어린이와 청소년 시기부터 운동과 적절한 식생활 등 체계적인 건강관리를 습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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