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터넷]'아름다운 네티즌' 무료교육 나섰다

  • 입력 2003년 12월 1일 18시 15분


코멘트
일요일 밤에도 자원봉사는 계속됐다. 장애인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는 서항석씨(서 있는 사람)가 지난달 30일 저녁 CD자료 복구를 부탁하며 자신의 사무실로 찾아온 장애인에게 복구된 자료를 보여주며 사용법을 설명해주고 있다. -안양=허진석기자
일요일 밤에도 자원봉사는 계속됐다. 장애인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는 서항석씨(서 있는 사람)가 지난달 30일 저녁 CD자료 복구를 부탁하며 자신의 사무실로 찾아온 장애인에게 복구된 자료를 보여주며 사용법을 설명해주고 있다. -안양=허진석기자
제주대 컴퓨터동아리 ‘JUCC’ 회장 김태형씨(21)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더니 이런 노랫말이 통화대기음으로 흘러 나왔다. “혼자라고 느껴질 때면 주위를 둘러보세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친구랍니다….” 김씨는 매주 금요일 오후만 되면 친구 3명과 함께 학교에서 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한길정보산업학교를 찾는다. 제주소년원 부설학교로 잠깐 잘못을 저지른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다. 이곳에 가면 김씨는 컴퓨터 선생님이 된다. 벌써 1년이 넘었다.

● 젊은이들의 봉사활동

이 동아리 회원 8명은 지난 여름방학 제주도 동북쪽의 우도를 찾았다. 그곳 아이들과 노인에게 인터넷과 컴퓨터를 가르치기 위해 여름방학 중 보름가량을 떼어낸 것.

지난 여름 김태형씨(뒷줄 오른쪽 두번째)가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우도로 컴퓨터 교육 자원봉사를 가 어린이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 젊은이들은 올 겨울 방학 사비를 털어 우도를 다시 찾아 자원봉사를 벌일 계획이다. -사진제공 한국정보문화진흥원

봉사활동은 사회의 총편익 측면에서 남는 장사다. 지식은 나눈다고 줄어드는 것이 아닌 데다가 나눠주는 쪽에서도 봉사의 기쁨을 듬뿍 받으니 말이다. 집에 컴퓨터가 없어 일찍 교육장에 나와 복습을 하던 할아버지, 가르친 내용을 바로바로 흡수하는 아이들 때문에 봉사활동을 나갔던 동아리 회원들은 더 큰 기쁨을 맛봤다.

여름 봉사활동 이후 꼬마 제자들의 안부 전화는 맺어진 정(情)의 끈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들은 이번 겨울방학에도 우도를 다시 찾기로 의기투합했다. 김씨는 “저희를 어여삐 여기시던 어르신들과 헤어질 때 울며 매달리던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여름방학 때는 정보통신부 지원금이 약간 있었지만, 이번에는 모든 비용을 각자 부담할 계획이다.

소년원 봉사활동도 동아리의 전통으로 계속 전승할 계획이다. 매년 후배들을 데리고 가 처음에는 소년원생들과 함께 배우도록 한 뒤 교사로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도와 보세요. 더욱 힘이 납니다”

세 살 때부터 소아마비를 앓은 서항석씨(51)는 일요일인 지난달 30일 저녁에도 경기 안양시 동안구 대한전선 옆에 있는 낡은 사무실(옛 동안구청)을 지키고 있었다. 월∼토요일 매일 2∼3시간씩 기동이 불편한 수강생들을 찾아가 컴퓨터와 인터넷을 가르치고, 일요일 오후에는 제자들이 부탁한 컴퓨터 수리를 마무리하느라 구슬땀을 흘린다.

아무리 무료교육이라도 움직임이 불편하면 교육장에 나오지 않는다.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 때문에 올 초부터는 1 대 1 방문 교육 자원봉사자로 활동 중이다. 올해 맡은 인원은 13명. 한 달에 1명씩 매일 찾아가 맞춤식 교육을 해 왔다.

“장애인 가르치는 일을 ‘교육’이라고 정색하고 시작하면 힘듭니다. 세상 사는 얘기도 나누면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마음을 열 수 있지요.”

98년부터 장애인정보화협회 일을 하면서 얻은 나름대로의 노하우다. 부인이 미용실을 하면서 버는 수입 때문에 봉사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 서씨 설명. 지금까지 협회 교육을 거쳐 간 사람은 700여명에 이른다.

교육이 쉽지만은 않다. 나이는 많아도 학력이 낮아 기본적인 용어부터 가르쳐야 하는 경우도 많다. 한번은 농아자 10명에게 수화 통역 자원봉사자 10명을 개별적으로 붙여 수업을 진행했지만 열흘이 지난 뒤에야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을 알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경우도 있었다.

그는 “그래도 제자들이 첨부파일을 붙여 안부를 묻는 e메일을 보내 올 때면 작은 희열을 느낀다”며 “앞으로는 전문 교육을 강화해 제게 배운 기술로 자립의 기반을 닦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정보기술 자원봉사요원 수천명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 따르면 정보기술 지식을 전파하는 열성적인 자원봉사자는 2000여명에 이른다. 진흥원에서 교통비 정도를 보조해 주지만 나머지는 순전히 자원봉사자의 몫.

이들이 평균 활동하는 횟수는 1주일에 2, 3회. 인터넷 이용, 홈페이지 제작, 한글 워드프로세서나 엑셀, 파워포인트 사용법 등 수요자가 원하는 교육에 맞춰 무료강의를 하고 있다.

장애인만을 찾아가 인터넷을 가르치는 봉사자가 별도로 약 400명이 더 있다. 자원봉사자 중에는 장애인도 많다.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가장 잘 알기 때문일까.

이 밖에 세계의 오지에서 인터넷 봉사활동을 하거나 지역 복지관에서 자료 검색 일을 도맡아 봉사를 하는 젊은이도 많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이병하 부장은 “봉사의 참뜻을 알고 활동하는 분들로 인해 인터넷의 건강성이 지켜지는 것 같다”며 “내년에는 봉사활동이 더욱 세분될 수 있도록 1 대 1 교육을 진행할 ‘정보복지사’도 양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보복지사는 일정 교육을 받고 인터넷이나 컴퓨터 교육이 필요한 소외계층을 찾아 1 대 1로 가르치는 일을 맡는다.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싶으면 한국정보문화진흥원 교육지원부로 문의하면 된다. 02-3660-2501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