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기동대]겉도는 학교 컴퓨터교육

  • 입력 2000년 12월 3일 19시 04분


“다 아는 내용인데 배울 필요가 있나요.”

서울 K중학교 3학년 박모군은 컴퓨터 수업시간만 되면 몰래 게임과 채팅을 즐긴다. 교사가 다가오면 살짝 수업용 창을 띄운다. “해킹도 할 줄 아는데 기초를 꼭 배워야 하느냐”는 게 박군의 항변이다.

학생보다 컴퓨터 실력이 부족한 교사, 낙후된 PC들로 학교 컴퓨터 교육이 겉돌고 있다. “차라리 PC방에서 친구들에게 배우는 게 더 실용적”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컴퓨터 전공 교사가 없다〓최대의 고민은 컴퓨터 전문교사의 부족. 서울 강남 S중학교의 한 컴퓨터교육 담당교사는 “작년에 강남에 있는 6개 공립 중학교가 전산 전공 교사를 요청했는데 오직 1개 학교에만 배치됐다”며 “올해 서울시 교육청에서 전산교사 10명을 뽑는다고 하는데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털어놓았다.

강남 K중학교 컴퓨터교사는 “대체로 수업부담이 적은 교사들이 컴퓨터 과목을 맡게 되는데 예체능 및 가정 과목 교사가 많다”면서 “교사 개개인의 컴퓨터 실력이나 관심 정도에 따라 컴퓨터 수업의 충실도가 현격히 달라진다”고 인정했다.

▽컴퓨터 관리도 문제〓대부분의 학교는 학생실습용으로 40∼80대의 컴퓨터를 갖고 있다. 교사용 컴퓨터를 포함하면 100∼150대에 이른다. 전담관리자가 배치된 학교는 일부이고 상당수 학교는 관리를 교사가 떠맡고 있다. 컴퓨터의 용량이 떨어지거나 소프트웨어가 부족해도 어쩔줄을 모른다. 특히 각 학교의 컴퓨터는 97년경 집중적으로 보급돼 현재는 거의 ‘퇴물’수준으로 전락해 있다.

▽이론보다 활용을〓지금의 6차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는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 S중학교의 한 전산 교사는 “5년 전 집필된 교과서가 DOS 환경의 PC통신을 다루고 있어 윈도 환경의 인터넷에 익숙한 학생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아예 교과서를 무시하고 자체 교재로 수업을 한다”고 밝혔다.

K중학교의 한 교사는 “지금 교과서는 기초 개념이나 프로그래밍 등 실생활과 관련이 없는 내용 위주여서 학생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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