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전략제휴]'벤처'부터 '굴뚝'산업까지 유행

  • 입력 2000년 6월 11일 19시 59분


“우리도 곧 전략적 제휴를 맺어야죠.”

요즘 서울 테헤란로 서울밸리에서는 벤처기업부터 ‘굴뚝산업’에 이르기까지 ‘전략적 제휴(Strategic Alliance)’란 말이 새삼 크게 유행하고 있다.

제휴의 유형도 작게는 인터넷 사이트끼리 서로 배너광고를 실어주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몇조원 규모의 기업간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정보기술(IT) 업계의 이같은 전략적제휴는 97년부터 급증했다. 기술과 시장환경이 급변하기 때문에 한 업체가 모든 기술을 개발하기 보다는 서로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분업형태로 전념하는 편이 더 경쟁력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마음맞는 기업끼리 힘을 모아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사업에 필요한 기술개발력, 영업능력 등을 외부로부터 ‘아웃소싱(Outsourcing)’하는 경향도 한 몫 거들었다.

세계 최고의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업체인 미국 오라클시스템스는 전략적 제휴의 명수로 꼽힌다. 이 회사는 최대 경쟁자인 SAP에서부터 회계법인 딜로이트&투슈(D&T)에 이르는 수천개 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 ‘협력경쟁(Coopetition)’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곳도 이 회사. 경우에 따라 경쟁업체와 협력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문화를 흡수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경영철학을 담고 있는 말이다.

전략적 제휴엔 ‘1+1〓2+α’라는 기본공식이 있다. 상호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자는 것이 기본 정신이자 목표다.

국내에도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성과를 얻은 기업들이 적지 않다.

인티즌은 음악 서적 증권 등 각 분야에서 인지도 높은 업체들과 전략적제휴를 맺어 허브사이트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2월 인스턴트 메신저 서비스업체인 유인커뮤니케이션(현 유아이엔)을 인수한 뒤 기존의 메신저인 d-top과 유아이엔의 메신저인 인터넷버디를 통합한 서비스를 시작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대한항공 삼성화재 하나은행 등이 결합해 만든 네이버의 마이비즈 사이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으로 시너지효과를 낸 경우. 최근엔 기업간 전자상거래(B2B) 구축을 위한 제휴나 차세대 이동통신 표준인 IMT-2000 사업권을 따기 위한 컨소시엄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전략적 제휴가 만능은 아니다. 전략을 제대로 세우기 않고 결정하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 나모인터랙티브 리눅스원 등 벤처기업 6개사가 공동투자해 설립한 리눅스전문업체 앨릭스가 최근 해산한 것이 좋은 예다. 6개사는 제휴 초기에 자본 개발인력 등을 공동 투자하는데까지는 합의를 봤다. 그러나 점차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4개사만이 참여하는 ‘아델리눅스’로 새출발했다.

3월 발표한 새롬기술과 네이버컴의 합병건도 마찬가지. 당시 두 회사는 “합병하면 최고 5조원에 이르는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고 공언해 화제를 모았으나 끝내 무산됐다.

“수익모델이 없더라도 큰 회사들이 합치면 뭔가 실험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새롬기술 오상수 사장의 기대는 빗나갔다. 주주들도 뚜렷한 수익모델을 만들기 힘들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전략적 제휴▼

컨설팅회사 부즈앨런&해밀턴은 전략적 제휴가 가져야 하는 특징을 제시했다. △최소한 10년 이상 지속되어야 하고 △자본 기술 인력 등을 공유해야 하며 △공동전략을 마련해 협력하고 △제휴의 효과로 경쟁업체에 압력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전략적 제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업무제휴(Transactional Alliance)’가 있다. 업무제휴는 △5년 이상 가지 못하고 △핵심역량을 교환하지 않으며 △서로 통제하거나 조종하지 않는 단순한 계약관계이고 △공동전략이 없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관계를 가리킨다.

<정영태기자>ebizwi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