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국내전산망, 외국해커「거점」악용

  • 입력 1999년 2월 6일 20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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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산망은 외국 해커들의 놀이터.’

헝가리 경찰은 얼마전 인터넷을 통해 세계 각국 병원의 데이터 베이스에 침입해 서버 작동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불법으로 소프트웨어를 복사한 20대 범인을 체포했다. 추적 결과 이 학생은 한국 모대학 인터넷 서버를 안방처럼 드나들면서 제삼국 병원의 컴퓨터를 해킹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도 우리는 해커에게 당했는지조차 까마득히 몰랐다.

미국의 한 해커(28)는 통신업체 US웨스트의 컴퓨터시스템에 침입하여 전화 응답을 지원하는 2천5백개 이상의 시스템을 변조했다가 덜미가 잡혔다.

미연방수사국(FBI)은 이 해커가 한국의 한 종합병원 인터넷서버를 전초기지로 삼아 US웨스트의 시스템에 접속한 뒤 1만5천여개의 워크스테이션 비밀번호를 유출시키고 자료들을 인터넷상에 배포시킨 사실을 확인했다.

6일 한국정보보호센터(원장 이철수·李哲洙)에 따르면 98년 한해 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1백58건의 해킹사례 가운데 78%인 1백23건이 해외에서 국내로 침투한 것이었다. 96년 1건, 97년 11건과 비교할 때 폭발적인 증가세.

정보보호센터는 “최근의 특징은 해외침투의 경우 국내 기관이 직접적인 해킹목표가 되기보다는 국내 전산망을 경유해 다시 해외로 침입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말하자면 국내 전산망이 해외 해커들의 거점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 피해기관은 대학이 전체 접수사고의 51%인 80건에 달했고 기업체가 44%인 69건이었다.

특히 전체 1백58건의 해킹사고 가운데 80% 정도가 해당기관은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외국의 해킹수사기관에서 통보받은 것으로 나타나 보안장치에 구멍이 뻥 뚫려 있음을 드러냈다.

실제 한국전산원이 68개 정부기관 전산망을 감리해본 결과 85.3%인 58개 시스템의 정보관리체계 및 보안상태가 부적정 판정을 받았다.

〈정영태기자〉ytce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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