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 생각에는…]아이들과 추억 만든 소중한 겨울방학

입력 2004-02-01 17:30수정 2009-10-10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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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학만큼은 알차게 보내야지.”

아이들의 방학을 맞으면서 매번 하게 되는 다짐이다.

초등학생 시절, 다 실천하지도 못할 많은 계획들로 동그란 생활계획표를 하나 가득 채운 뒤 막상 개학을 하루나 이틀 앞두고 밀린 숙제로 정신없었던 엄마의 모습을 꼭 빼닮은 우리 아이들. 그런데도 아직까지 여유만만이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머리를 맞대고 수학문제집 2장씩 꼬박꼬박 푸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하루에 한 시간 컴퓨터 게임을 하기 위해 엄마가 정해 놓은 규칙이다. 투덜거리면서도 열심이다. 게임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참을 수밖에.

큰아이가 5학년이 되면서 방학의 의미도 다르게 다가온다. 아침마다 신문 사이에 끼워져 들어오는 학원광고지들을 보면 초등학교 고학년은 마음 놓고 앉아있을 때가 아닌 모양이다.

방학 초, 영어학원 방학특강반에 넣자던 아이친구 엄마 말을 듣고 학원비를 알아보니 너무 비싸 고개를 저었다. 매일 4시간씩 이어진다는 수업시간에도 놀랐다. 그런데 아이의 방학시간표를 짜느라 사흘 걸렸다는 다른 친구 말을 들으니 그냥 웃어넘길 일만은 아닌가 보다. 기다렸던 방학이었는데 이럴 땐 방학이 오히려 부담스럽다.

지난달 중순, 역사에 관심이 많은 큰아이를 위해 방학 전에 계획했던 대로 경주를 다녀 왔다.

겨울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아 조용하고 알찬 현장학습이 되었다. 사회시간에 배운 내용을 떠올리며 동생에게 열심히 설명해주는 큰아이가 대견스러웠다.

형의 설명을 듣는 둘째의 모습도 아주 진지해서 남편의 구박(?)을 받아가며 구형 캠코더에 아이들 모습을 열심히 담아 왔다.

새벽에 토함산 해돋이를 보러 아이들을 깨워 숙소를 나섰다가 날씨가 너무 추워 다시 들어가기도 했다. 책에서만 보았던 석굴암이 아이들은 정말 신기했나 보다. 망원경까지 꺼내서 보느라 야단이다. 자세히도 들여다본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그래서 더 즐거운가 보다. 청운교 백운교 밑에 서니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단체사진 찍던 생각이 난다. 옆에 있던 친구들 생각도. 문무대왕릉을 보려고 찾아간 겨울바닷가는 너무 아름다워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이들 핑계대고 찾아간 경주였는데 나도 많은 것을 얻고 돌아왔다. 지금 당장 결과가 나타나지 않고, 조금 더디더라도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

며칠 전 큰아이는 엄마가 권해준 ‘야수의 도시’를 다 읽고는 무척 뿌듯해 했는데,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내 생각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아이를 믿기로 했다. 아니, 흔들리지 않는 엄마가 되기로 했다.

아이가 자라면서 같은 책을 읽고 느낌을 나누는 행복한 경험. 그런 책을 만날 때마다 나는 소중한 보물을 하나씩 얻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자꾸만 아이들 책에 애정이 가고, 신문이나 인터넷을 꼼꼼하게 챙기게 된다.

함께 책을 읽고, 영화 보고, 같이 여행하면서 소중한 추억들을 많이 만들고 싶다. 다음 방학 때도 내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기를 바란다.

정혜경 서울 강동구 고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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