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AL기 폭파 ‘배후’는 북한 정권

  • 입력 2003년 11월 23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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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1월에 발생한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에 의혹을 제기하는 ‘배후’라는 소설이 출간됐다. ‘가짜 김현희, 그 배후를 밝힌다’는 광고문과 함께 판매되고 있는 이 소설의 내용은 KAL기 폭파사건의 진상을 상당 부분 왜곡하고 있다.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렸다고는 하지만 115명의 무고한 목숨이 희생된 참극을 흥밋거리로 조작하는 것은 용납되기 어렵다.

국내에서도 한 단체가 수사의 결함을 지적하며 ‘김현희는 어디서 데려왔는지 모르는 가짜’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국가정보원측은 김현희 진술에 크게 의존한 이 사건 수사에서 미진했거나 일부 잘못된 부분이 있었음을 시인한다. 당시 한국과는 수교가 없었던 동유럽에서 공작이 이루어진 데다 북한 쪽을 수사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김현희 조작설’은 사건 정황이나 각종 증거에 비추어 터무니없다. 만약에 김현희가 조작된 인물이라면 여태껏 입을 다물고 있겠는가. 대법원에 의해 사형이 확정됐던 김현희는 가장 강력하고 살아 있는 증거다.

이 사건이 87년 대통령선거에서 여당 후보였던 노태우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측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115명의 승객이 사망한 이 사건을 ‘4000만 국민을 상대로 한 희대의 사기극’이라고 몰아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건 배후’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민간여객기를 폭파해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킨 북한 정권이 아닌가.

수사를 담당했던 국정원 직원들이 소설 ‘배후’에 대해 형사고소와 함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북한이 하는 김현희 조작 주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출판물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한 법적 조치가 따라야 할 것이다.

KAL기 폭파사건 16주년을 계기로 방송 3사가 특집을 방영했거나 준비 중이다. 행여 이 사건의 진상을 흐리게 하거나 근거 없는 주장을 확산시키는 데 이용되지 않도록 방송사들은 보다 신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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