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고생해서 核개발 했는데…” 김정은 비핵화 협상 나선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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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0월 1일 16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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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군사행동 가능성·북중관계 악화·경제 빨간불
“대내외 여건 정말 악화하기 전 선제대응 한 것”

핵을 최대의 체제유지 수단으로 보고 핵 개발에 매진했던 북한이 올해 들어 비핵화 협상에 나선 것은 ‘그럴 수밖에 없는’ 대내외 여건 때문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이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략연 학술회의에서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시작한 이유로 Δ미국의 군사공격 가능성 증대 Δ북중관계 악화 Δ뚜렷해진 대북제재 효과를 꼽았다.

먼저 이 부연구위원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 뒤에는 ‘온갖 어려움을 감수하고 고생해서 핵 개발을 했는데 미국이 정말 심각하다고 생각할 정도까지 핵능력이 향상되자마자 왜 이를 포기하겠느냐’ ‘평양 경관이 좋아지고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것을 보면 경제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왜 대외전략을 바꾸겠느냐’라는 생각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의 핵 능력이 미국에 위협이 되는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비핵화 협상에 나서야 할 필요가 더 커졌다는 반박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이 부연구위원은 “2017년은 북한의 핵능력이 급속도로 강화된 해이기도 했으나 미국의 공격으로 인한 전쟁가능성이 급격히 고조된 시기이기도 했다”며 “북한이 미국 본토를 핵으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시기가 임박하면 미국이 심각한 피해를 감수하고 군사공격을 감행하리라는 예측은 매우 설득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안보위협을 막기 위해 핵전력을 강화하는 것인데 핵능력을 강화할수록 안보위협이 고조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라며 “그렇다고 2차 핵 공격 능력이라고 말하는 핵 보복 능력까지 갖추기엔 시간이 상당히 걸릴 수밖에 없는 시점에서 북한이 대외전략을 전환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부연구위원은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과거처럼 슬그머니 풀어주는 패턴을 반복하지 않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실제로 꽤 철저하게 이행하면서 북중관계가 상당히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이 대북제재를 제대로 이행하는 가운데 제재가 강화되니까 북한 경제에도 빨간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며 “대북제재의 효과는 2017년부터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북한의 국민총소득(GNI)이 2016년엔 3.9% 증가했는데 2017년엔 3.5% 줄어든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이 부연구위원은 “북한은 경제적으로 아직 버틸만한 힘이 남아있는 가운데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대미협상을 시작했다”며 “여력이 있는 상황에서 핵 개발 중단을 선언하고 비핵화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주동적으로 대외전략을 전환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데 성공한 것은 물론 미국에 대한 협상력이 약화하는 것도 피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김정은 정권의 비핵화-안전보장 교환 전략은 비타협적 핵 개발 전략(핵 개발을 지속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은 뒤 미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겠다는 입장)을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도입됐으며 대내외적 환경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쳐 주의 깊게 추진돼 왔다”며 “정말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선제적 대응을 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은 가벼운 탄두를 탑재할 경우 미국 전역을 사정거리에 둘 수 있는 발사체를 가졌다는 것을 입증하자마자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며 “김정은 정권이 어느 정도 시한을 정해두고 핵능력을 실제보다 과장하면서까지 핵 개발 과정을 서둘러 종결하려 했다”고 부연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미국이 상응조치를 하지 않거나 심각한 약속위반을 저지르거나 명백히 미국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상황에서 판이 깨지는 게 아니라면 북한은 지금의 (비핵화-안전보장 교환) 대외전략을 밀고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남북·북중관계 개선과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대미관계 개선 가능성 증대 등 북한이 현 전략으로 거둔 성과가 적지 않고, 비핵화 전략을 철회할 경우 미국의 군사 공격 가능성이 종전보다도 커지고 대북제재는 강화될 것이며 우호적인 북중관계도 유지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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