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긴장으로 국제 유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원유 운송선과 석유 생산 시설을 표현한 이미지. 챗GPT 생성 AI이미지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8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 원유 해상 운송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에너지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리며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Bloomberg)에 따르면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중동 분쟁이 확대돼 원유 공급이 크게 줄어들 경우 국제 유가가 전쟁 이전 평균 수준인 배럴당 약 65달러에서 최대 108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쟁 이전 평균 수준 대비 약 80% 가까운 상승폭이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단순한 원유 시장 문제를 넘어 세계 경제 전반의 인플레이션과 성장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세계 원유 20%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 변수
이번 시나리오의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이다. 이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사이에 위치한 전략적 해상 통로로, 세계 원유 해상 수송의 약 20%가 통과하는 에너지 공급의 핵심 관문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원유 공급이 1% 감소할 경우 국제 유가가 약 4% 상승할 수 있다는 수급 탄력성 연구를 토대로 분석을 진행했다. 이를 적용하면 중동 지역에서 공급 차질이 확대될 경우 유가가 전쟁 이전보다 약 80% 상승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동 해역의 긴장도는 이미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Reuters)는 최근 이란 혁명수비대의 드론 활동과 군사적 긴장 고조로 인해 일부 선박 운항이 지연되거나 항로를 조정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 보험료 급등…해운·물류 비용 상승
전쟁 위험이 커지면서 해상 운송 비용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런던 보험 시장에서는 중동 항로 선박에 적용되는 전쟁 위험 보험료(War Risk Premium)가 크게 상승했다. 보험료 급등으로 일부 해운사들은 중동 항로 운항을 축소하거나 우회 항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상 운송 비용 상승은 에너지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전반의 물류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카타르가 주요 수출국인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에도 영향을 줄 경우 유럽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 투자은행 “유가 상단 120달러 가능성”
시장에서는 더 높은 가격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공급 차질이 3주 이상 지속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우드 맥켄지(Wood Mackenzie) 역시 최근 사우디 라스 타누라(Ras Tanura) 정유시설 인근 교전 상황을 거론하며 주요 생산 인프라가 타격을 받을 경우 유가가 2022년 고점인 125달러 수준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제시한 108달러 시나리오보다 더 비관적인 시장 전망이다.
● 유가 상승, 글로벌 인플레이션 다시 자극
유가 상승은 세계 경제의 물가 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유가가 배럴당 108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0.8%포인트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목표 물가 상승률인 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 역시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유로존의 경우 유가 상승으로 국내총생산(GDP)이 약 0.6%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유가 급등은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동시에 경기 둔화 가능성도 높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중앙은행들은 경기 부양과 물가 안정 사이에서 정책 선택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상황이 이어질 경우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 경로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한국 경제에도 물가 압력 가능성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유가 상승의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씨티그룹이 3일 발간한 ‘유가 상승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점검 및 2월 반도체 수출 호조’ 보고서에 따르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82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약 0.4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 시나리오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약 0.60%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씨티는 특히 한국이 원유 수입 의존도와 대외 무역 의존도가 모두 높은 구조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 상승이 성장률과 경상수지에 미치는 충격이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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