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제공’ 하이마스-재블린 포함
“대만 군사력 강화가 美이익에 부합”
대만 지원 강화 국방수권법도 통과
中 “대만 독립 돕는 美, 스스로 불탈것”
미국이 대만에 111억 달러(약 16조4000억 원)의 무기 패키지를 판매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미국이 대만과 맺은 무기 계약 중 가장 큰 규모다. 이번 계약에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던 육군 지대지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왼쪽 사진)와 고속기동 포병로켓시스템(HIMARS·오른쪽 사진)이 포함됐다. 포트브래그=AP 뉴시스·미 국방부 홈페이지
미국 국무부가 장거리 탄도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자폭 무인기(드론), ‘고속기동 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등이 포함된 약 111억 달러(약 16조4000억 원)의 무기를 대만에 판매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미국이 대만에 판매한 단일 무기 패키지로는 최대 규모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앞서 4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서 아시아 지역 안보와 관련해 중국에 대한 강한 견제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제1도련선(島鏈線·First Island Chain·일본 규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 방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이 과정에서 핵심 사항 중 하나로 꼽히는 대만의 군사력 강화에 힘을 싣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중국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중일 갈등이 격화한 상황에서 미국이 대만에 사상 최대 규모의 무기를 판매하려는 것에 거세게 반발했다. 일각에선, 내년 4월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베이징 회동에서도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의제가 거론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대만 군사력 강화가 美 이익에 부합”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 국무부는 대만에 대한 111억 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 패키지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총 8건의 계약으로 이뤄졌으며 하이마스 82대, 에이태큼스 420기, 대전차미사일 ‘재블린’ 등이 포함됐다. 이들 무기는 러시아에 침공당한 우크라이나에 미국이 제공한 것이다. 이 외에도 공격용 자폭 드론 ‘알티우스-700M’과 ‘알티우스-600’ 등도 판매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미국이 대만에 무기 판매 계획을 발표한 건 두 번째다. 미국은 지난달 13일에도 대만에 3억3000만 달러(약 4900억 원)의 전투기 부품을 판매하는 계약을 승인했다.
국무부는 이날 함께 발표한 성명에서 대만의 “무기 현대화, 신뢰할 수 있는 방어 역량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지원하려 한다. 이는 미국의 국가, 경제, 안보 이익에 부합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대만해협의 정치적 안정, 군사적 균형, 경제적 진전을 유지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상원도 이날 대만에 대한 군사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2026년 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 국방수권법(NDAA)을 통과시켰다. NDAA는 내년에 대만에 최대 10억 달러(약 1조4600억 원)의 군사 지원을 승인하고, 내년 3월 1일 이전에 군의 무인(無人) 체계를 개발하기 위한 미-대만 공동 프로그램을 시작하라는 권고안 등이 담겼다.
대만은 반색했다. 최근 비공개로 미국을 방문했던 린자룽(林佳龍) 대만 외교부장은 이날 미국의 무기 판매 발표에 대해 “대만의 자체 방어 능력과 지역 안보에 대한 미국의 지지에 감사한다”며 “미국이 NSS에서 밝힌 ‘군사력 강화를 통한 대만해협 충돌 억지’를 실제로 중요하게 여긴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준다”고 반겼다.
미국은 NSS 보고서에서 “제1도련선 어디에서든 침략을 억제할 수 있는 군사력을 구축할 것”이라고 중국을 겨냥했다. 특히 중국이 대만을 점령하려거나, 방어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시도를 막기 위해 “미국과 동맹국의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 中 “강력히 규탄” 반발
중국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했다고 반발했다. 궈자쿤(郭嘉昆)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중대하게 파괴하는 행위로 단호히 반대한다”며 즉시 판매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미국이 무력으로 (대만) 독립을 돕는다면 결국 스스로 불에 탈 것”이라며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중국이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후 오키나와섬 일대에 전투기를 보내고 군사 훈련을 진행하자 미국 또한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로 ‘맞불’을 놨다는 해석도 있다. 싱가포르 매체 롄허조보는 미국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잇달아 승인한 것은 중요한 정치적 입장 표명이자 대만 안보를 고도로 중시함을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