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23일(현지시각)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의 경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후 경찰관들에게 이끌려 나오고 있다. 스푸즈 교도소에서 4개월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권 씨는 조사 후 외국인수용소로 이송됐으며 이곳에서 한국 송환과 관련해 대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게 됐다. 2024.03.24 뉴시스
권도형 전 테라폼랩스 대표(34)가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주도해 400억 달러(약 59조 원) 규모의 손실을 입힌 사기 등의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의 폴 엥겔마이어 판사는 11일(현지 시간) 열린 선고 공판에서 권 씨에 대해 “당신의 범죄로 실제 사람들이 실제 돈 400억 달러를 잃었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당초 검찰은 징역 12년을 구형했지만, 이보다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날 권 씨의 양형 이유를 설명하는 데 한 시간가량을 할애했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권 씨 사건은) 전대미문의 사기(fraud on an epic, generational scale)”라며 “연방 기소 역사상 권 씨만큼 큰 피해를 입힌 사기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이 구형한 형량으로는 미래의 또 다른 권 씨를 억제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재판부는 권 씨가 피해자들이 그에게 가졌던 신뢰를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권 씨는 테라 투자자들에게 거의 신비에 가까운 지배력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권 씨를 옹호하는 투자자들이 재판부에 보낸 탄원서를 언급하며 “일부 편지를 읽다 보면 아직도 ‘쿨에이드(Kool-Aid)’에서 깨어나지 못한 컬트 추종자들의 말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권 씨는 이날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다. 그는 “비난은 나에게 향해야 한다”며 “지난 몇 년 간 깨어있는 모든 시간을 무엇을 달리 했어야 하는지, 지금이라도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는지를 생각하며 보냈다”고 했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권 씨의 책임감 있는 태도를 칭찬하기도 했다.
또 엥겔마이어 판사는 권 씨 아내의 탄원서가 인상적이었다며 “당신은 그녀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문을 다 읽은 엥겔마이어 판사는 “이 일련의 사건에도 당신은 아직 젊다. 희망을 잃지 말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권 씨는 “감사하다”고 답했다.
당초 검찰은 권 씨를 증권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총 8개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권 씨는 8월 사기 공모 및 통신망 이용 사기 등 2개 혐의를 인정하며 플리바기닝(유죄 인정 거래)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권 씨는 선고 형량의 절반을 복역한 후 한국으로 송환을 요청할 전망이다. 국제수감자이송이 승인될 경우 권 씨는 남은 형기를 한국에서 보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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