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韓 핵추진잠수함 승인…美 필리조선소에서 건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30일 06시 48분


SNS 글 올려 어제 李대통령 ‘결단 요청’에 화답
“한국, 미국산 석유-가스 대량 구매하기로”
대미투자 6000억달러 넘을 것이라 언급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최고경영자 서밋(APEC CEO SUMMIT)’에 참석해 정상 특별연설 하고 있다. 경주=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최고경영자 서밋(APEC CEO SUMMIT)’에 참석해 정상 특별연설 하고 있다. 경주=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한국시간) “나는 한국이 현재 보유한 구식이고 기동성이 떨어지는 디젤 잠수함 대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는 우리 정부도 예상치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한미군사동맹은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이다. 기대하라”고 전했다.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지난해 6월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국 내 조선소다.

같은 날 조현 외교부 장관은 APEC 외교·통상 합동각료회의(AMM)에서 핵 추진 잠수함 사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핵 추진 잠수함 문제는 북한이 최근 핵추 진 잠수함을 건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며 “그 이후에도 여러 가지 상황이 우리 대한민국으로 하여금 방위력을 높여야 하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조 장관은 “그래서 이번에 한미 정상회담 계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제기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하셨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내부적으로 검토할 사안이 있다면 체크해 보겠다고, 그렇게 이야기가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서 ‘핵잠 승인’을 밝힐 줄은 예상을 못했다고 했다. 조 장관은 “그런데 뜻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아침 트루스소셜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며 “앞으로 이뤄나가기 위해서 양국간 실무 협의 진행해서 신속하게 추진해 나가야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가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가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전날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핵 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고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공감을 표하며 후속 논의를 이어가자고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을 언급한 건 한국의 요청에 즉각적인 답을 건넨것으로 풀이된다.

핵 추진 잠수함은 한국이 김영삼 정부 때부터 추진해온 숙원 사업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며 1차 북핵 위기가 발생했고 김 전 대통령은 국군 전력 증강을 목적으로 핵 추진 잠수함 건조를 지시했다.

1994년 국방부와 원자력연구소 전문가들이 러시아 핵 추진 잠수함 도면과 러시아제 소형 원자로 기술까지 입수하며 김대중 정부에서까지 극비리에 사업을 추진했지만, 핵 추진 잠수함 건조 기술을 최종적으로 확보하지 못했다.

핵 추진 잠수함 건조는 노무현 정부들어 재추진됐다가, 2003년 9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우라늄 농축 시설 사찰과 비밀리에 추진되던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건조 계획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중단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에 포함시켰다가, 미국 측 거부로 좌절됐다.

전문가들은 세계 최고의 원전 기술을 보유한 한국이 미국의 정식 승인만 떨어지면 핵 추진 잠수함 건조를 수년 안에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로 원자로의 소형화 기술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며 과거보다 개발 기간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미국 해양청 발주 국가안보 다목적선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참석자들과 박수를 치고 있다. 2025.08.27 [필라델피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미국 해양청 발주 국가안보 다목적선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참석자들과 박수를 치고 있다. 2025.08.27 [필라델피아=뉴시스]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한화오션이 지난해 6월 인수한 미국 내 조선소다. 특히 한화오션이 인수한 대우조선해양은 국내에서 잠수함 건조에 대한 가장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조선소다. 한화오션이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면 쇠퇴한 미국 조선소 부활과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확보를 모두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 추진 잠수함 언급 외에도 한미 무역 합의와 관련해 한국의 대미 투자 부분이 확정됐다고도 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이 부과하던 관세를 인하받는 대가로 미국에 3500억 달러(약 500조 원)를 지불(pay)하기로 합의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국은 미국산 석유와 가스를 대량 구매하기로 했으며, 한국의 부유한 기업들과 사업가들이 미국에 투자할 금액은 6000억 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 외에 알레스카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등에 대한 한미간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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