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세진 ‘릴레이 관세’… 상호관세 이어 내주 반도체 등 타깃 예상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11일 03시 00분


트럼프, 글로벌 관세 몰아치기
2기 때도 ‘러스트 벨트’ 의식해 철강부터 예외 없는 25% 관세
내달초 캐나다-멕시코 관세 결정…4월 무역적자 보고서 나오면 요동

트럼프 “멕시코만을 미국만으로” 선언문 서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앞줄 오른쪽)이 9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멕시코만’을 ‘미국만’으로 선포하는 선언문에 서명했다. 더그 버검 내무장관(뒷줄 오른쪽)과 부인 캐슬린 씨가 ‘미국만’이 새겨진 지도를 들어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도 했다. 웨스트팜비치=AP 뉴시스
미국의 3대 교역국인 캐나다, 멕시코, 중국을 겨냥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다양한 업종과 다른 주요국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9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월요일(10일)엔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발표하고, 화요일(11일)이나 수요일(12일)에는 ‘상호 관세’의 상세한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주 이후에도 관세 부과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18일경 반도체, 석유, 가스 등에 대한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또 다음 달 초에는 25%의 관세 부과 직전 30일의 유예 기간을 줬던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가 부과될지 여부도 결정된다. 4월 1일에는 미 정부의 글로벌 무역적자 현황 보고서 제출이 예정돼 있다.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릴레이 관세 공습’에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들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발(發) 통상전쟁’의 격화 및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 1기 때보다 더 빠르고 거세진 철강·알루미늄 관세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25% 관세 부과 예고는 트럼프 1기 행정부(2017년 1월∼2021년 1월) 때의 행보와 닮아 있다.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 우선주의 정책’ 아래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가장 먼저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은 제조업 산업의 근간이 되는 제품 중 하나인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 기반인 러스트 벨트(rust belt·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 지역에 생산 시설이 몰려 있다는 특징이 있다. 2018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업체들이) 우리 공장과 일자리를 파괴했다”며 이 같은 조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1기 때보다 한층 강화된 조치란 평가가 나온다. 당시에는 이웃 국가인 캐나다와 멕시코를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었지만 이번에는 ‘모든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품에 예외 없이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또 1기 때는 백악관 내부에서도 ‘철강 관세가 자동차 업계 등의 생산비용을 높여 결국 소비자의 피해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나 지금은 백악관을 포함한 행정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전쟁 확전’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딱히 없다.


● 계속되는 관세 폭탄 예고… 커지는 인플레 우려

이런 가운데 이르면 다음 주 중 반도체, 의약품, 구리, 석유 및 가스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방안이 발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AF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2월 18일경부터 반도체, 석유, 가스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열린 연방하원 공화당 콘퍼런스에서도 “관세를 통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컴퓨터 칩, 반도체, 의약품 등 필수 상품 생산을 미국으로 되돌릴 것”이라고 밝혀 관세 부과 및 인상 정책이 계속 추진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4월 1일로 마감 시한이 정해진 미국 정부의 이른바 ‘무역 적자 보고서’에도 전 세계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미국 우선 통상 정책’ 각서에 서명했다. 또 국무부, 재무부, 상무부, 미 무역대표부(USTR) 등 주요 부처가 함께 미국의 무역 적자 상황 및 대응책을 파악해 이날까지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일각에선 한국과 일본 등 대(對)미 수출을 통해 큰 흑자를 보고 있는 나라들에 대한 조치가 4월 1일을 계기로 발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미국에선 관세를 통한 생산시설 이전 유도 및 일자리 창출 효과 이상으로 제품 비용 상승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기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련의 관세 정책은 미국의 성장을 위협하고 가격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조 바이든 행정부가 심화시킨 인플레이션을 없애겠다는 그의 선거 공약을 훼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통상정책)는 “관세에 대한 보복 관세가 적용되는 상황이 세계적으로 펼쳐지면 나선형(반복된다는 뜻) 통상전쟁이 발발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알루미늄#철강#관세#트럼프#무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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