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연결된 국제사회로의 전환은 더 이상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국가와 국가 간의 물리적 경계는 이미 그 의미가 약화됐고, 대한민국 역시 이념과 체제를 넘어 전 세계적 네트워크 속에서 생존과 번영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시대에 놓여 있다.
날로 첨예해지는 강대국 간 자원 경쟁과 국가 간 연합, 이해관계에 기반한 지역 분쟁과 영토 갈등은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 각지에서 살아가고 있는 재외동포들의 삶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정세의 변화는 더 이상 ‘외부 변수’가 아니라, 재외동포와 본국의 삶을 동시에 규정하는 구조적 조건이 됐다.
급격한 국제질서의 재편과 글로벌 인구 이동의 확대, 그리고 각국에 확산되고 있는 반이민 정서 속에서 재외동포 정책 역시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과거의 재외동포 정책이 보호와 지원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제는 재외동포를 국가 발전의 동반자이자 글로벌 네트워크 자산으로 인식하는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점에서 대통령이 재외동포의 안전 문제와 참정권 보장에 각별한 관심을 표명하고, 새해 6월이 재외동포청 출범 3주년이자 국민주권 정부 출범 1주년을 맞는다는 점은 상징성이 크다. 새로운 재외동포 정책의 철학과 방향을 본격화하기에 더없이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다.
재외동포청이 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동포DB 구축은 재외동포 정책의 기초 인프라를 체계화하는 핵심 과제다. 국가별·세대별·체류 유형별 동포 현황을 정밀하게 파악함으로써 보다 정교하고 맞춤형 정책 설계가 가능해질 것이다. 나아가 각국 재외동포들이 보유한 분야별 전문성과 지역 네트워크는 대한민국의 공식 외교 채널을 보완하며,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질적인 자산이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행사나 조직 개편을 넘어, 재외동포 사회와 정부 간 협력 거버넌스를 재설계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참정권 보장 확대 역시 재외동포를 ‘정책의 대상’이 아닌 ‘정책의 주체’로 인식하는 중요한 진전이다. 더불어 정착 지원 전담 조직 신설을 통한 포용적 귀환 동포 정책은 청년 인재의 유입과 활용을 넘어, 역사적 관점에서의 사회 통합을 실현하는 모범적인 정책 사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책들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정책 추진 체계의 정비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재외동포청의 인프라 확충과 현장 밀착형 소통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 안정적인 정책 추진을 위한 예산 확대는 물론, 귀환 동포 전담 조직 신설과 동포 전담 영사 확충을 통해 재외동포들의 요구에 대한 행정 대응력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상시적 소통 채널을 활성화함으로써 동포들의 목소리가 정책 과정에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새로운 재외동포 정책은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재외동포 정책을 해외에 거주하는 국민에 대한 관리나 지원의 차원을 넘어, 글로벌 사회 속에서 대한민국이 보호하고 성장시켜야 할 핵심 인적 자산으로 인식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환은 무엇보다 소통에 기반한 신뢰 축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지금이야말로 재외동포 정책이 국가의 미래 전략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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