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하메네이도 떨고 있나…“러시아로 도망칠 준비”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5일 16시 16분


英매체 “반정부 시위 진압 실패땐 망명
현금-부동산-해외 자산 확보 나서”
트럼프 “시위대 유혈 진압땐 미국이 구출”
마두로 이어 전격 축출-체제 전복 가능성

AP/뉴시스
AP/뉴시스
지난해 12월 28일부터 극심한 경제난에 항의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신정일치 국가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87)가 시위 진압 실패에 대비해 러시아 등으로의 망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에서 사실상 패배한 뒤 고령의 하메네이가 정신적, 신체적으로 취약해졌고, 생존에 대한 두려움 또한 커져 1989년 집권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방에 적대적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반(反)미국 성향의 여러 인물을 받아들였다. 시리아를 철권 통치했지만 2024년 12월 축출된 바샤르 알아사드 전 시리아 대통령 또한 현재 모스크바 일대에서 도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2013년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불법 도청 사실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도 러시아로 도피 후 귀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이란 당국이 시위대를 유혈 진압하면 “미국이 구출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3일 군사 작전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 축출한 미국이 이란의 체제 전복 또한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이스라엘과의 전쟁 후 생존 집착”

더타임스는 이란과 서방 주요국의 정보 보고서를 인용해 하메네이가 아들 모즈타파 등을 포함한 극소수 가족과 측근들을 데리고 도피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안전한 이동을 위해 해외 자산, 부동산, 현금 등을 확보하는 작업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하메네이는 지난해 6월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으로 혁명수비대 고위 장교 등이 대거 살해되자 생존에 대한 위협을 크게 느끼기 시작했다. 당시에도 그는 비밀 벙커에 은신한 채 극소수의 측근들과만 소통했다. 그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장기 집권 중인 푸틴 대통령을 존경하고 있어 모스크바 도피가 유력하다고 더타임스는 덧붙였다.

하메네이는 여러 국영 기업을 관할하는 비밀 조직 ‘세타드(Setad)’를 사실상 개인 금고처럼 쓰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타드의 자산은 최소 950억 달러(약 136조 8000억 원). 서방의 각종 제재에도 세타드를 활용한다면 그가 해외 도피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메네이는 1939년 시아파 성지이며 수도 테헤란, 아스파한에 이은 3대 도시 마슈하드에서 태어났다. 성직자로 활동하다 팔레비 왕조의 전제 통치에 대항했다. 1979년 루홀라 호메이니를 도와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이슬람 혁명을 성공시켰다. 대통령을 거쳐 호메이니가 숨진 1989년부터 현재까지 장기 집권 중이다. 이슬람 원리주의를 앞세워 반대파를 무자비하게 탄압했고 이란의 핵 개발 작업도 주도하고 있다.

핵 개발에 따른 서방 제재로 이란 경제는 사실상 파탄 상태다. 그의 집권 내내 반정부 시위가 끊이지 않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미국 달러화에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리알화, 고물가 등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이란 비영리 언론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4일까지 최소 20명이 숨지고, 990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 트럼프 “(이란에) 출동 준비 완료”

집권 1기부터 이란과 대립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도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평화로운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살해하면 미국이 그들을 구할 것”이라며 “출동 준비 완료”라는 글을 올렸다. 하루 뒤 마두로 대통령도 미국 뉴욕으로 압송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에도 이란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과거처럼 시민들을 죽이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두로 체포가 하메네이 정권에 일종의 ‘게임 체인저’가 됐다고 평가했다. 마두로와 마찬가지로 하메네이 또한 미국이 강제로 축출할 수 있다는,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가능성을 열었다는 것이다.

이란 정부는 5일 시위 진정을 위해 약 8600만 명 국민에게 “향후 4개월간 매달 7달러(약 1만80원)의 생활비를 지급하겠다”는 유화책을 내놨다. 다만 고질적인 경제난에 지친 국민들의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정부 관계자 3명을 인용해 “이란의 고위 관리 또한 이슬람 공화국 체제가 생존 모드에 돌입했음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리알 급락 등 경제난, 이스라엘·미국과의 갈등에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정부 시위#이란#하메네이#미국#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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