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서 첫 성탄 우크라 난민들 “집 내준 영국인이 가족 같아” [사람, 세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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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홈스테이 돕는 英 지원단체
“기댈 가족 있어야 트라우마 극복”

크리스마스를 앞둔 19일 영국 옥스퍼드셔의 도시 헨리온템스의 한 교회. 눈송이 모양 조명 아래에서 사람들이 케이크와 쿠키를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피해 영국으로 피란 온 우크라이나 난민들과 이들에게 자신의 집을 내준 영국인들이었다.


이날 모임은 기독교인 운동가 크리시 칸디아(사진)가 운영하는 난민 지원단체 ‘생크추어리 재단’이 기획해 열렸다. 러시아와 함께 동방정교회 국가인 우크라이나는 그레고리력으로 따진 예수 탄생일인 12월 25일이 아닌, 율리우스력에 따른 1월 7일에 성탄절 행사를 치러 왔다. 하지만 러시아의 침공 이후 첫 성탄절인 올해는 25일을 기념하기로 방침이 바뀌었다. 영국의 우크라이나 피란민들 역시 ‘첫 25일 크리스마스’를 이웃들과 함께 보내게 됐다.

행사에 참석한 100여 명은 대부분 영국 정부의 ‘홈 포 우크라이나’ 프로그램을 통해 연결된 사람들이다. 칸디아 씨는 영국에 머물 곳이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최소 6개월 이상 체류 가능한 무료 비자를 발급해 주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피란민들을 영국인 가정과 연결하는 일을 돕고 있다. 10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인이 이를 통해 ‘가정’을 소개받았다고 미 CNN방송은 전했다. 전쟁이 반년 넘게 이어지며 피란민들 사이에서 다시 거리로 내몰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자 재단은 지난달 이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해 예산 증액을 끌어내기도 했다.

칸디아 씨는 “누구든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에서 제대로 회복하려면 진정한 ‘자신의 공간’과 정신적으로 기댈 가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모임에 온 우크라이나 여성 나탈리야 도로시코(35)는 “더 이상 피란용 ‘비상가방’을 들고 늘 대기할 필요가 없어 안심이 된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성인이 되어 입양된 느낌이에요. 이제 다시 가족이 생겼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걱정은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는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에도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에 무차별 포격을 퍼부어 최소 10명이 숨졌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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