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국가 잇단 푸틴 지지…러 진영 vs 서방 ‘신냉전’ 본격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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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2월 23일 15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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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2022.02.04 © 뉴스1
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2022.02.04 © 뉴스1
우크라이나 사태 속 니카라과와 베네수엘라 등 대표적인 반미(反美) 국가들의 잇단 러시아 지지 표명이 이어지면서, 친러 진영과 서방 간 ‘신(新)냉전’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남미 대표 반미 국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23일 국영TV 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평화 수호 및 조국과 국민을 방어하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루한스크 독립 인정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은 비단 최근만이 아니라 푸틴 정권 초기부터 러시아를 에워싸고 위협하며 군사적으로 끝장낼 전략적 정책을 강구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유럽과 미국의 오랜 식민주의는 러시아와 중국, 이란, 터키, 중남미 특히 쿠바와 니카라과, 볼리비아, 베네수엘라를 위협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은 전날 연설을 통해 “돈바스에서 크림반도 때 실시했던 국민투표를 하면 국민들은 러시아 영토로 합병되는 데 표를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발언, 지난 21일 푸틴 대통령의 도네츠크·루한스크 독립 인정 결정 이후 세계 최초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베네수엘라와 니카라과는 중남미의 대표적인 반미 국가로, 미국 및 동맹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는 마두로 대통령을 합법 정부로 인정하지 않고,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전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지칭하는 상황이다.

마두로 대통령이 언급한 쿠바 등 반미 국가에서 추가 지지 표명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중국의 입장은 다소 애매하다. 베이징올림픽 전까지만 해도 노골적인 러시아 편들기를 해오던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은 지난 주말 뮌헨안보회의에서 “모든 국가의 주권과 독립 및 영토 보전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입장을 선회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2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는 다시 “모든 나라의 합법적인 안보 우려는 존중돼야 하고, 불가분의 안보원칙 이행이 중요하다”는 러시아의 입장을 반복했다. 중국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지만, 대미 관계 파탄을 막아야 한다는 고민에서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시진핑 주석은 국내외의 안정 속에 올 가을에 당 대회를 치러야 하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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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입장은 단호하다. 서방은 지난 21일 당일에는 판단을 유보했지만, 이튿날 러시아의 행위를 ‘침공(invasion)’으로 규정짓고 거침없는 제재 패키지를 꺼내들었다. 미국에 이어 영국, 유럽연합(EU), 독일, 캐나다, 호주에 이어 일본까지 잇달아 러시아 은행과 기업, 개인에 대한 금융·경제 제재는 물론, 러시아 국채 거래 중단과 도네츠크·루한스크 금융 거래 금지까지 발표하고 있다. 독일은 대러 제재 핵심카드인 노르트스트림2 중단을 선언, 압박 수위를 높이는 데 동참했다.

서방이 예고했던 제재 패키지를 쏟아내고 오는 24일 예정했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마저 전격 취소되자, 푸틴 대통령은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병력이 우크라이나 동부에 당장 진입하진 않겠다”고 밝혔다.

서방은 예고했던 대러 제재 중 국제은행간거래시스템 스위프트 차단 등 보다 강력한 카드를 남겨둔 상황이다. 서방의 관심은 러시아군이 도네츠크·루한스크내 반군 통제 지역을 넘어 활동 범위를 넓히거나, 보다 광범위한 침공을 강행할지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에서 아직까지 반군이 장악한 지역은 전체 3분의 1에 그친다.

러시아로서는 추가 침공 카드를, 서방은 추가 제재 카드를 든 상태에서 치열한 외교전이 남은 셈이다.

결국 푸틴 대통령의 목표가 어디까지인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푸틴 대통령도 모르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갈등을 이어가는 이유가 러시아의 영향력과 존재감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관측도 있다.

러시아는 일단 동유럽내 과거 소비에트 연방 소속 또는 소련 위성국가들에 배치된 나토 미사일과 병력을 철수하라고 밝혔는데, 각국의 주권을 무시하고 서방이 수용할 수는 없는 조건이다. 이 때문에 서방과 러시아가 서로 얼마만큼 요구하고 또 양보하면서 협상을 이어갈지, 진짜 전쟁은 이제 시작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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