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전 대통령 룰라, 실형 무효 판결…대선 레이스 지각변동

조종엽기자 입력 2021-03-09 16:49수정 2021-03-0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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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실용주의 좌파’의 상징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76)이 2018년 부패 혐의로 선고받은 징역 12년형에 대해 8일 무효 판결을 받으면서 기사회생했다.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66)보다 지지율이 높은 룰라가 2022년 브라질 대선에 출마할 수 길이 열리면서 중남미 정계의 지각변동까지 예상된다.

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지손 파킨 브라질 연방대법관은 이날 “룰라 전 대통령에게 선고된 실형을 모두 무효로 한다”고 판결했다. 원심 판결을 내린 남부 파라나주 쿠리치바시 법원은 재판할 권한이 애당초 없었으므로 당시 판결은 무효이고 룰라는 수도 브라질리아의 연방법원에서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룰라는 대통령 재임(2003~2011년) 중 대형 건설업체로부터 계약 수주의 대가로 호화 아파트를 받은 혐의로 2017년과 이듬해 열린 1,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사건 담당 판사가 연방검사들에게 룰라의 유죄 판결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브라질 언론의 폭로가 나오는 등 ‘판검(判檢) 담합’ 의혹이 제기됐다. 이번 실형 무효 판결에는 앞선 판결의 공정성 논란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룰라는 유죄 판결로 인해 2018년 대선에 출마하지 못했다. 브라질은 형사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정치인의 선거 출마를 제한하고 있다. 2018년 4월 수감된 룰라는 페르난두 아다지 전 상파울루 시장을 대타로 대선에 내세웠지만 그해 10월 보우소나루가 승리했다. 2019년 11월 대법원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룰라를 석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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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무효 판결로 일단 룰라의 차기 대선 출마를 향한 길이 열린 것으로 현지 언론은 보고 있다. 룰라는 이번 판결 직전 차기 대통령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차지했을 정도로 브라질 국민들 사이에서 여전히 인기가 높다. 상파울로 신문은 유력 대선 주자 후보 10명을 대상으로 한 지지도 조사에서 룰라(50%)가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38%)을 앞질렀다고 최근 보도했다. 룰라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연임에 도전하는 보우소나루 대통령과의 2파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룰라는 2002년 노동자당 후보로 출마해 브라질 최초의 좌파 대통령이 됐다. 취임 당시 강력한 재정정책을 실시하는 등 브라질의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잡고 경제를 안정시켰다. 이후 원자재 수출 호황 등에 힘입어 기아 퇴치와 빈곤 개선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1년 퇴임 시에도 지지율이 83%에 이르렀다.

다만 룰라의 무죄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브라질 검찰은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대법원 전원 심리에서 이번 무효판결이 뒤집히기를 바란다”며 말했다.

조종엽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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