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집·초밥집마저 ‘두쫀쿠’ 판매…SNS가 만든 오픈런 열풍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12일 16시 33분


서울 광진구의 한 베이커리 카페에서 판매 중인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 단면. 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
서울 광진구의 한 베이커리 카페에서 판매 중인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 단면. 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
12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광진구의 한 베이커리 카페 앞. 체감온도가 영하 15도 안팎까지 떨어진 추운 날씨에도 매장 앞 좁은 골목을 따라 30m가 넘는 대기 줄이 늘어섰다. 정오부터 판매가 시작되는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를 사기 위한 ‘오픈런’ 행렬이다.

이날 매장 앞에서 50분 동안 기다렸다는 직장인 송예은 씨(30)는 “지난해 7월에 먹었을 땐 유행이 아니라 한번 먹고 말았는데, 지금은 인기가 많아져서 쉽게 못 사게 되니까 끌려서 계속 찾게 된다”며 “오늘이 벌써 세번째 오픈런”이라고 했다. 서울 중랑구에서 온 지수진 씨(31)는 “인스타그램에서 친구들이나 인플루언서들이 먹는 모습이 계속 뜨니까 궁금해서 먹어보고 싶었다”면서 “워낙 구하기 어렵다고 들어서 오픈 두 시간 전에 맞춰 1등으로 줄섰다”고 했다. 이날 매장에서 800개 한정으로 내놓은 두쫀쿠는 1인당 5개 한정 판매에도 불구하고 판매 시작 약 2시간 30분만 완판됐다.

12일 오후 12시 서울 광진구의 한 카페 앞에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를 구입하기 위해 100여명의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두쫀쿠가 화제가 되면서 이 매장을 비롯해 두쫀쿠를 파는 유명 가게마다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
12일 오후 12시 서울 광진구의 한 카페 앞에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를 구입하기 위해 100여명의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두쫀쿠가 화제가 되면서 이 매장을 비롯해 두쫀쿠를 파는 유명 가게마다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시작된 두쫀쿠 인기가 뜨겁다. 두쫀쿠는 2024년 유행한 두바이 초콜릿에서 영감을 받아 한국에서 만들어진 디저트다. 중동지역 면 종류인 카다이프에 피스타치오 크림을 버린 속재료에 녹인 마시멜로우로 한겹 감싼 형태다. 이름은 쿠키지만 찹살떡과 유사하다. 인기 속에서 품절 행렬이 이어지자,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매장별 판매 시간과 가격, 재고 수량까지 알려주는 ‘두쫀쿠 지도’마저 등장했다.

두쫀쿠가 화제가 되자 디저트와 거리가 먼 국밥집, 한식당, 초밥집마저 마케팅 상품으로 두쫀쿠를 팔고 나섰다. 소비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이 두쫀쿠를 앞세워 손님을 끌어들이려는 묘수를 짜낸 것이다. 실제로 배달앱을 켜 두바이 쫀득쿠키를 검색하자 한식당과 이탈리안 식당이 표출됐다. 이 식당에서는 ‘식사메뉴 주문 필수’, ‘최대 1개까지 가능’ 조건을 걸고 두쫀쿠를 판매하고 있었다. 한 식당 업주는 “요즘은 가만히 있으면 매출이 더 빠진다”며 “이미 검증된 유행인 두쫀쿠라도 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의 한 베이커리 카페에서 판매 중인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 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
서울 광진구의 한 베이커리 카페에서 판매 중인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 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
두쫀쿠 열기가 확산되면서 카다이프, 피스타치오 등 핵심 원재료의 수입 물량도 늘었다. 12일 관세청에 따르면 피스타치오(껍질을 벗기지 않은 것) 수입량은 지난해 1~11월 기준 1310t으로 전년 동기(1113t) 대비 약 18% 증가했다. 2024년 연간 수입 물량(1203t)은 이미 넘어선 수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카다이프가 포함된 튀르키예산 건면류 수입량은 2024년 9212t에서 지난해 1만1103t으로 늘었다. 코코아 분말 수입량도 1만674t으로 2024년 1만427t보다 증가했다. 2024년에도 두바이초콜릿 열풍으로 코코아 분말 수입이 증가했는데, 지난해 수입량이 더욱 증가한 배경에는 두쫀쿠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두쫀쿠 재료 가격도 상승세다. 이커머스의 가격 변동을 알려주는 앱 폴센트에 따르면 쿠팡 기준 피스타치오 1kg 가격은 지난달 14일까지 1만9500원 선이었지만 이달 11일 4만9900원으로 156% 올랐다. 같은 기간 카다이프(500g)는 1만2700원에서 1만8900원으로 약 48% 증가했다.

두쫀쿠가 개당 최대 1만 원까지 치솟고, 그마저도 구하기 어려워지자 직접 만들어 먹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유튜브 등에서는 ‘두쫀쿠 집에서 만들기’ ‘카다이프 대체 레시피’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영상은 게시 이틀 만에 조회 수 10만 회를 넘기도 했다.

두쫀쿠 열풍의 배경에는 맛보다는 SNS를 기반으로 한 ‘디토(Ditto·나도 마찬가지라는 뜻의 라틴어) 소비’와 와 불황 속 작은 사치를 추구하는 심리가 복합적으로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명 인플루언서나 연예인이 먹는 모습이 확산되며 관심은 커졌는데, 쉽게 구할 수 없다보니 소비 욕구를 자극했다는 설명이다. 이미 경험한 사람들의 인증이 쌓이면서 ‘뒤처지고 싶지 않은 소비 심리’가 줄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황진주 인하대 소비자학과 겸임 교수는 “SNS를 통해 두쫀쿠를 사거나 경험하는 모습들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너가 사면 나도 사는’ 동조 소비로 이어지는 흐름”이라며 “불경기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명품보다는 부담이 덜하지만, 디저트치고 비교적 비싼 제품을 통해 작은 사치를 누리려는 심리도 맞물려 있다”고 했다.

#두쫀쿠#오픈런#카다이프#피스타치오#디저트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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