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헌금 수수 등 각종 비위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윤리위원회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이 12일 열린 김병기 전 원내대표에 대한 징계 심사 첫 회의에서 당적을 박탈하고 강제 출당하는 ‘제명’ 징계를 결정한 것은 공천헌금 의혹이 6·3 지방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새 지도부가 구성된 만큼 강선우 의원에 이어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제명으로 더 이상의 사태 확산을 막고 국면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
김 전 원내대표 제명은 의원총회에서 재적 의원 과반수(82명)의 찬성으로 확정된다. 민주당은 13일 최고위원회의 회의를 거쳐 14일 의원총회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김 전 원내대표가 이날 무고와 징계 시효 소멸 등을 주장한 만큼 재심을 청구하면서 징계 확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 “사안의 중대성 고려해 金 제명 처분”
한동수 윤리심판원장은 이날 오후 11시경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징계시효의 완성 여부, 사안의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심의 안건에 대해서 제명 처분을 의결했다”고 말했다. 8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에서 김 전 원내대표의 13가지 의혹에 관한 사실관계를 살피고 김 전 원내대표로부터 직접 소명을 들은 결과 제명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는 것.
앞서 김 전 원내대표는 오후 2시20분경 회의에 출석하면서 “의혹에 대해 무고함이 밝혀질 수 있도록 충실히 답변하겠다”고 했고, 5시간 뒤 퇴장하면서는 “충실하게 소명했다”고 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에 대한 의혹을 대부분 부인한 것은 물론이고 쿠팡 측과의 고가 식사, 제주 호텔 숙박권 수수를 제외한 11가지 의혹은 “3년이 지나 징계 시효가 소멸됐다”는 주장도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징계하지 못한다’는 당규를 거론한 것.
이와 관련해 한 원장은 “징계 시효가 완성된 사실들은 징계 양정에 참고자료가 된단 것이 대법원 판례”라며 “징계 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수 개의 징계 사유만으로도 제명 처분에 해당된다는 심의 결과를 도출했다”고 말했다. 또 공천헌금 의혹과 관련해서는 “일부 시효가 완성된 부분도 있고 완성되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징계 시효가 지나지 않은 고가 식사와 숙박권 수수 등을 징계 사유에 포함했으며 시효가 지난 공천헌금 의혹 등도 반영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공천헌금 수수 등 각종 비위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윤리위원회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金, 재심 신청 여부 촉각
윤리심판원이 이날 전격 제명을 결정한 것은 공천헌금 의혹 장기화로 민심이 악화되는 것을 조속히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원내대표를 둘러싼 의혹이 이어지는 상황에선 2차 종합 특검과 통일교 특검, 사법개혁 법안 처리 동력이 떨어지고 지방선거 준비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12일부로 김 전 원내대표 문제는 끝마쳐야 한다”며 “이 이상 끌고 가서는 민주당이 국민들로부터 받는 상처가 너무 크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14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윤리심판원의 제명 결정을 보고 받고 15일 의원총회에 제명 안을 상정해 의결 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이다. 정당법상 국회의원의 제명을 확정하려면 재적 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문제는 김 전 원내대표가 재심을 청구하면 윤리심판원 절차를 추가로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김 전 원내대표가 이날 대부분의 의혹을 부인하고 징계시효도 소멸됐다고 주장한 만큼 제명 처분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에 당내에서는 김 전 원내대표를 향해 재심 신청 포기나 자진 탈당 압박이 거세질 전밍이다.
김 전 원내대표가 재심을 신청할 경우 정청래 대표가 당 대표 직권으로 비상징계를 전격 추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비상징계는 윤리심판원 절차와 상관없이 최고위원회 의결로 제명을 결정해 의원총회에서 의결할 수 있다. 지도부 핵심 당직을 맡은 의원은 “윤리심판원 논의를 참고해 비상징계로 바로 징계를 끝내는 방법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