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당국, ‘독살 시도 생존’ 나발니에 “귀국하라”

  • 뉴시스
  • 입력 2020년 12월 29일 1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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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안 하면 집행유예 실형 전환" 위협

러시아 당국이 독살 시도 속에서 살아남은 반(反)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에게 귀국을 명했다. 정한 날짜에 귀국하지 않을 경우 집행유예를 취소하겠다는 압박도 가했다.

러시아 타스통신과 미 CNN 등에 따르면 나발니는 28일(현지시간) 러시아 연방 교정청(FSIN)으로부터 모스크바로 귀국하라는 명령을 전달받았다. 나발니는 현재 독일 모처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2013년 12월 이른바 ‘이브 로셰’ 사건으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으며, 현재는 집행유예 상태다. 프랑스 화장품 회사인 이브 로셰와 연루된 러시아 회사에서 50만달러(약 5억4600만원)를 횡령한 혐의다.

나발니의 동생인 올레크도 함께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이후 유럽인권재판소(ECHR)가 2017년 10월 법원이 임의적이고 매우 불합리하게 이들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며 러시아 당국의 배상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FSIN은 나발니가 집행유예 기간 받아야 할 감독을 회피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그가 귀국해 감찰관을 만나야 하며, 그러지 않을 경우 실형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귀국 및 감찰관 면담 시한은 29일 오전 9시다.

러시아 당국이 집행유예 감독을 명분으로 삼긴 했지만, 이미 그가 귀국할 경우 신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나발니 측 대변인인 키라 야미슈는 트위터를 통해 “그들은 나발니를 독살하려 했고, 실패하자 그를 가두기로 했다”라고 비판했다.

야미슈는 이어 “그들은 이브 로셰 사건의 집행유예 기간을 알고, 막날에 이를 실형으로 바꾸려 한다”라며 “나발니가 독일에서 회복 중이라는 사실을 전 세계가 안다”라고 귀국 불가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하지만 FSIN이 상식을 신경이나 쓸까. 그들은 명령을 내렸고, 일을 한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나발니는 앞서 지난 8월 모스크바 행 비행기 안에서 갑작스레 건강 이상 증세를 보였다. 이에 옴스크에 중간 착륙해 응급 처치를 받았다. 이후 그는 독일로 이송됐고, 독일 정부가 그를 상대로 신경작용제 ‘노비촉’ 공격이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CNN은 이후 탐사보도 웹사이트 벨링캣과의 공동 취재 결과를 토대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독살 시도에 연루됐으며, 속옷에 알갱이 형태의 노비촉을 묻힌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바 있다.

나발니는 당시 보도와 함께 이뤄진 CNN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목, “푸틴이 직접 이 일의 배후였다는 점이 명백해지고 있다”라고 주장했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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