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일단 승리를 거뒀지만 아직은 법적으로 ‘당선인’ 신분이 아니다. 엄밀하게는 12월 14일 선거인단 투표와 내년 1월 6일 의회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통상의 미국 대선 같으면 이런 절차가 아무 문제없이 진행됐겠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선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각종 소송과 재검표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선거인단 투표가 무산되고 미 하원에서 대통령을 새로 선출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 재검표에만 2, 3주 걸릴 듯
바이든 당선인은 8일 오전 1시(현지 시간) 현재 펜실베이니아주(선거인단 20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0.55%포인트 앞서 승리를 확정지었다. 6명의 선거인단이 걸려 있는 네바다주에서도 2.2%포인트 차이로 트럼프 대통령을 따돌렸다. 따라서 바이든 당선자는 0.6%포인트, 0.2%포인트 격차로 트럼프 대통령을 리드하고 있는 애리조나 조지아주의 개표 결과와 상관없이 선거인단 과반(279명)을 확보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 측이 이들 경합주에 대해 전면 재검표를 요구하고 나설 예정이라는 점이다. 위스콘신주에서는 후보 간 표차가 1%포인트 이내라는 관련 요건을 충족해 재검표에 들어갈 예정이고, 득표율 차이가 0.2%에 불과한 조지아주도 재검표를 실시할 방침이다. 펜실베이니아주는 표차가 0.5%포인트 이하면 의무적으로 해야 하고, 이를 넘어도 후보 측이 요구하면 재검표를 허용한다.
AP통신 등이 바이든의 승리로 분류하고 있는 애리조나(11명)까지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재검표를 통해 최소 2개 이상의 주에서 승부를 뒤집어야 하지만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평가다. 역대 선거 사례를 보면 재검표를 해도 고작 수백 표 정도가 수정되는데 현재 대부분의 경합주는 바이든 당선인이 수만 표 차이로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표차가 적은 조지아주도 약 9000표까지 벌어진 상황이다. 재검표는 대체로 2, 3주 정도 시간이 걸리는 만큼 길면 이달 말까지 선거 결과가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못할 수도 있다.
● “우편투표 무효” 소송 주목
재검표보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하는 각종 소송이다. 현재 트럼프 캠프는 주요 경합주에서 개표 부정이 있었다는 이유로 다양한 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 주로 ‘자격이 없는 사람들도 투표를 했다’, ‘공화당 측 참관인이 개표 과정을 감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등 선거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어렵거나 지엽적인 내용이 많다. 미시간주나 조지아주에서 제기된 소송들은 이미 주 법원에서 기각됐다.
하지만 각종 소송이 보수 성향의 대법원으로까지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특히 우편투표 부분이 민감하다. 한 예로 6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펜실베이니아주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일(3일)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를 분리해 따로 집계하라고 명령했다. 펜실베이니아에서는 6일까지 우편투표를 접수했는데 3일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가 3000¤4000표가량에 달한다.
만약 각 주가 재검표나 소송 절차가 길어지면서 연방법에 규정된 12월 8일까지 선거인단을 확정하지 못하면 이때부터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경합주의 선거인단 제출이 늦어져 어느 후보도 과반(270명)을 달성하지 못하면 수정헌법 12조에 따라 미 하원이 각 주 다수당 대표 1명씩 참여해 대통령을 선출한다. 1825년 과반 후보가 없어서 하원에서 존 퀸시 애덤스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은 전례가 있다.
게다가 내년 1월 20일 새 대통령 취임날까지 필요한 절차가 마무리 되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뉴스위크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수정헌법 20조에는 대통령 임기는 1월 20일에 종료되며 만약 그 후에도 그가 머무르려고 한다면 비밀경호국이 그를 몰아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캠프도 지난 주말 성명에서 “미국 정부는 침입자를 백악관에서 끌어낼 수 있는 완벽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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