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웨이 이어 中 최대 반도체 업체 SMIC도 제재…‘中반도체’ 숨통 끊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7일 15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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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의 최대 반도체 회사인 SMIC(중신궈지·中芯國際)에 대한 제재에 돌입했다. 이달 15일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해 반도체 판매를 중단시킨 것에 대한 후속 조치 성격이 강하다. 중국 반도체 업계의 숨통을 끊어버리기 위한 미국의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최근 미국의 컴퓨터칩 제조회사들에게 서한을 보내 SMIC에게 특정 기술을 수출할 경우 별도의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고 통지했다. 이 서한은 “SMIC에 대한 수출은 중국에서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받아들일 수 없는 위험’을 안고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SMIC로 수출하는 반도체 기술이 중국군에 의해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미국 기업들은 SMIC와 반도체 장비나 부품을 팔 때마다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당국이 승인을 내주지 않으면 거래는 완전히 끊길 수 있다. FT는 “최악의 경우 SMIC는 미국과 거래가 단절돼 중국의 반도체 생산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2000년 상하이에서 설립돼 직원 수가 2만 명에 육박하는 SMIC는 그동안 중국 정부가 ‘반도체 자립’을 위해 정성들여 육성해 온 기업이다. 하지만 아직 반도체 생산 장비와 소프트웨어 중 50% 가량을 미국산에 의존한다.

이 회사 지분의 상당 부분을 사실상 중국 당국이 갖고 있다는 점이 최근 미국 정부의 의심을 사기 시작했다. 미국 측은 SMIC의 기술이 중국군에 흘러들어가고 있고, SMIC의 주요 고객들이 중국의 군수산업과 연계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이 SMIC를 추가 제재 리스트에 올릴지 검토에 착수하자 SMIC는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겠다”며 몸을 사렸지만 결국 제재의 칼날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이번 제재는 SMIC 뿐만 아니라 SMIC의 최대 고객인 화웨이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줘서 중국의 반도체 산업에 전반적으로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SMIC 측은 “미국에서 아직까지 공식적인 통보를 받은 것이 없다”면서도 “SMIC와 중국군은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우리는 군사적 용도를 위해 제품을 만들지도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약 3500개의 미국 기업은 최근 뉴욕 국제무역법원(CIT)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부터 중국산 제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한 것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테슬라와 포드, 랄프로렌 등이 포함된 이들 기업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가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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