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조기수확’ 필요성 설득에도 마음 안 바꾼 강경파 볼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2일 14시 42분


코멘트
문재인 대통령의 11일(현지시간) 워싱턴 행보에서 가장 주목됐던 일정 중 하나는 정상회담에 앞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외교안보 분야의 고위 참모 3인방을 먼저 만난 것이었다. 특히 볼턴 보좌관은 비핵화 ‘빅딜’을 요구하며 대북 압박에 앞장서온 초강경파 인사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그에게 정부의 ‘조기수확(early harvest)’ 필요성을 설득시킬 수 있을지 여부가 관심사였다.

국무부는 이날 문 대통령이 영빈관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볼턴 보좌관을 만난 것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고 “한미 양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한 약속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은 한미 동맹의 지속적인 강력함을 평가하고, 북한 및 지역 이슈에 대해 한국과 더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같은 내용의 자료에서 ‘FFVD’에 대한 언급 없이 “문 대통령은 향후 미북간 대화를 견인하기 위한 우리 측 노력을 설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미북간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탑다운 방식으로 성과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며, 실제로 그것이 가능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 면담에서 북-미 대화의 동력을 살리기 위한 ‘조기수확’ 및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의 기본적인 구상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위대한 여정에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의 노고와 기여를 높이 평가한다”며 이들을 추켜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직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진 설득에 나섰음에도 이들의 생각을 바꾸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볼턴 보좌관과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과 대화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겠다. 여러 수준에서 다각적인 대북 대화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했을 뿐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강경한 기류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빅딜’ 협상과 ‘제재 유지’ 방침을 재차 천명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타임 등 외신들에 따르면 정보라인을 포함한 참모진은 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핵화 협상의 문턱을 낮추지 말라고 조언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오후 트위터에 이란에 대한 ‘최대의 압박’ 등 중동 사안에 대해서만 언급했을 뿐 문 대통령과의 면담이나 북한 관련해서는 아무런 글도 올리지 않았다. 펜스 부통령이나 폼페이오 장관도 마찬가지였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