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잔디밭과 고풍스러운 기숙사…철창 없는 美 소년원 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9일 15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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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델라웨어카운티 글렌밀즈스쿨 홈커밍데이(졸업생들이 모교를 찾는 행사). 자동차 정비회사 사장, 헬스 트레이너, 용접공 등으로 일하고 있는 중년의 졸업생들이 재학생들을 찾았다. 이들의 과거는 좀 특별했다.

“1999년 10월 30일 15살 때 이 학교에 왔습니다. 한 문장도 읽지 못했고 이름조차 쓰지 못했습니다.”

헬스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는 졸업생 아킬리 바루티 씨(35)는 범죄를 저지르고 소년원에 수용됐다가 이 학교로 왔던 20년 전 기억을 후배들에게 털어놨다. 이곳은 폭력 절도 등 범죄를 저지른 12~18세 소년들을 수용하는 193년 역사의 미국 최초 민영소년원이다. 한국에서도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민영소년원의 모델로 꼽힌다.


학교에는 철조망이나 높은 담은 없었다. 대신 넓은 잔디밭과 고풍스러운 기숙사와 교실, 실내 체육관 등이 잘 갖춰져 기숙형 사립학교와 비슷했다. 비행 청소년의 격리나 처벌보다 심리 치료와 교육을 통한 재기에 중점을 두는 게 이 학교의 운영 목표. 리엄 파워 글렌밀즈스쿨 학과교육 코디네이터는 “학교는 학생들의 사회적, 교육적, 체육적, 직업적 측면의 4가지 성장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법원 등의 추천-서류 전형-인터뷰’를 통해 선발된다. 주 정부 등에서 교육 비용을 지원한다. 입학이 결정되면 학교 직원들의 관리를 받으며 9~12개월 기숙사 생활을 하고 오전 6시부터 10시까지 상담, 재범방지 치료, 학과 및 직업교육, 체육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졸업생의 고졸 검정고시(GED) 합격률은 미국 평균과 비슷한 70%대. 매년 30~35명의 졸업생이 대학에 진학한다. 미식축구 야구 등 15개 종목의 체육 활동에 참가하며 체육특기자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있다. 파워 코디네이터는 “2015년 검정고시 준비센터를 연 뒤에 596명이 합격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사진 영상 촬영 및 편집, 치과 보조, 골프장 관리, 용접, 목공 등 25개 직업훈련 프로그램에도 참여해야 한다.

교육 성과가 알려지면서 텍사스 등 다른 주나 독일 등에서도 학생들을 위탁하고 있습니다. 쉐리 에드워드슨 텍사스 주 보호감찰관은 “텍사스에 비슷한 시설이 없어 소년 20여 명을 이 학교에 위탁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현재 미국에서 범죄를 저질러 시설에 수용된 청소년들은 4만5567명이다. 이들 중 1만3266명이 글렌밀즈스쿨과 같은 민영시설에 수용돼 있다. 랜드 아이어슨 글렌밀즈스쿨 이사장은 “과거에 매달리던 학생들이 현재에 집중하고 자신들과 미래를 위한 계획을 믿기 시작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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