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 강경파 나바로 영향력 흔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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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파와 파워게임서 밀려… 일각 “트럼프 무역정책 수정 신호”

미국의 대표적인 대중 무역 강경파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주장해 온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장이 워싱턴 ‘파워게임’에서 삐끗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지난달 퇴진한 이후 백악관에 몇 안 남은 ‘국수파’ 보좌관인 나바로 위원장이 이끄는 특임부서 ‘무역·제조업정책국(OTMP)’이 자유무역 찬성파인 게리 콘이 수장으로 있는 국가경제위원회(NEC) 산하로 편입됐다고 27일 보도했다. 존 켈리 비서실장은 이 같은 결정을 26일에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OTMP는 4월 말 취임 100일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설한 부서로 미국인 노동자와 제조업을 지키는 것을 임무로 하고 있다. 대통령이 관심을 갖는 OTMP가 한미 FTA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사수를 주장한 콘 위원장 밑으로 들어가는 것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관련 공약을 버리고 있다는 가장 최근의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폴리티코는 “나바로가 그의 최대 정적인 콘에게 보고하도록 만든 켈리의 결정은 나바로를 백악관 내에서 더 고립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하버드대 경제학박사 출신이지만 학계에서도 이단아로 통했던 나바로는 중국 철강에 대한 관세 부과를 주장하는 등 자유무역 반대를 외쳐 왔다. 트럼프의 마음에 들어 백악관에 입성한 그는 일주일에 최소 15분씩 대통령과 독대 기회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7월 말 비서실장이 된 켈리가 공식 결재를 거치지 않은 대통령과의 독대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면서 영향력이 축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바로는 폴리티코에 “나는 지휘계통을 존중하는 사람”이라며 “켈리 비서실장의 지시를 따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켈리 실장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내가 이전과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거라고 확언해줬다”고 주장했다.

백악관 밖의 국수파들은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CNN은 익명을 요구한 배넌의 한 측근을 인용해 “배넌이 이를 매우 멍청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나바로와 친분이 있는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ESRC)의 마이크 웨슬도 폴리티코에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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