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제1야당 425km ‘정의의 행진’… 시민 수십만명 마지막날 집회 동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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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의원 체포에 항의 비폭력 시위… 수감된 교도소가 최종 목적지
WP “야권 운동에 새 생명 불어넣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독재를 규탄하는 대규모 반정부시위대가 9일 이스탄불 말테페 해안 광장에 도착했다. 모여든 수십만 명의 시민들은 국기를 흔들며 “인권! 법! 정의!”를 목 놓아 외쳤다. 흰색 티셔츠와 모자에는 붉은 글씨로 쓴 터키어 ‘아달레트(adalet·정의)’가 선명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의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와 그의 지지자들이 이날 말테페 해안 광장에서 약 425km에 걸친 ‘정의의 행진’을 끝마쳤다. 지난달 15일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와 지지자들은 수도 앙카라에서 이스탄불까지 대장정에 나섰다. 25일간 도보로 행진한 이들은 이날 이스탄불에 도착했고, 수십만 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폐막 집회에 합류했다.

이번 행진은 CHP 소속 에니스 베르베로을루 의원이 지난달 체포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베르베로을루 의원은 터키 정보당국이 시리아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이 담긴 동영상을 친야당 성향 언론에 유출한 혐의로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군부쿠데타 실패 이후 정부 단속으로 수감된 최초의 CHP 소속 의원이었다. 행진의 최종 목적지인 말테페는 베르베로을루 의원이 수감된 교도소가 있는 곳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주도한 이번 반정부 시위가 야권 운동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야권은 올해 4월 대통령 권한을 강화하는 이른바 ‘술탄 개헌’을 막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비폭력 행진을 거치면서 클르츠다로을루는 터키의 마하트마 간디로 불리며 상징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시민들이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에르도안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이달 초 “그들의 행진은 테러조직을 위한 것”이라며 “사법 처리될 수 있다”고 위협했지만 시민들의 행진 참여를 막지 못했다.

이스탄불에 도착한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여기에 모인 우리의 지지자뿐만 아니라 모든 이를 위한 정의를 요구한다”며 “오늘날 터키에서는 국가의 근본인 정의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두려움의 장벽을 무너뜨릴 것”이라며 “우리 행진의 마지막 날은 새로운 시작이자 첫 번째 발걸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와 함께 행진한 시민 아이딘 팔라크는 “우리는 이 나라를 위해 행진했다. 이것은 시작일 뿐”이라며 “에르도안이 집권한 15년 동안 야당이 이슈로 부상한 첫 번째 순간”이라고 말했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터키#정의의 행진#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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