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 같지않은… 日 고령화 지자체의 ‘신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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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60%’ 난모쿠村 현장]
인구 1만→2000명 줄어 거리 황량, 상점 10개뿐… “10년뒤 소멸할것”
병원 문닫아 옆도시 의사가 왕진

지난달 30일 일본 군마(群馬) 현 난모쿠(南牧) 촌. 수도 도쿄(東京)에서 자동차로 3시간가량 걸리는 이곳 중심가를 30분 가까이 돌아다녔지만 인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정오가 막 지난 시간이었는데도 점심을 먹으러 나오는 사람이 없었다. 잡화점, 과자가게, 의류점 등 폐업한 상점들만 을씨년스럽게 늘어서 있었다. 마치 재해지역에 온 듯했다.

난모쿠 촌은 ‘일본에서 가장 고령화된 지역’으로 꼽힌다. ‘촌’은 일본의 기초자치단체인 시정촌(市町村·한국의 시군구) 중 하나다. 규모로는 한국의 읍, 면에 해당한다. 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쇼와도(昭和堂) 과자점’이라는 간판 앞에서 물을 뿌리는 노인이 보였다. 올해 나이 87세라는 다가이 쓰네타로(田貝常太郞) 씨는 “인구가 줄고 다들 인근 도시인 시모니타(下仁田)에서 물건을 사는 바람에 몇 년 전 과자점 문을 닫았다”고 하소연했다.

중심가에 하나뿐인 식당은 간판도 없었다. 앞에는 ‘영업시간 오전 11시 반∼오후 2시 반’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기자가 찾아간 수요일은 마침 정기휴일이었다. 식당 건너편에는 5년 전 문을 닫은 병원이 있었다. 하나뿐이던 이 병원이 문을 닫은 후 인근 도시에서 의사가 일주일에 2번 찾아와 2시간 반씩 이곳 사람들을 진료한다.

하세가와 사이조(長谷川最定) 촌장은 “편의점이나 변변한 슈퍼마켓도 없다. 이발소를 포함해 현재 상점이 10개 정도인데 지금 추세라면 10년 후 하나도 남김 없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난모쿠 촌은 올해 발표된 인구조사에서 사상 처음으로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60%에 도달했다. 2년 전에는 유력 싱크탱크 일본창성회의가 ‘소멸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자체’로 선정했다. 가임기(20∼39세) 여성이 2010년 99명에서 2040년 10명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게 근거였다.

현재 난모쿠 촌의 신생아 수는 매년 2, 3명이고 사망자 수는 60여 명이다. 1950년대 1만 명을 넘었던 인구는 현재 2000명 남짓밖에 안 된다. 난모쿠는 ‘소멸의 문턱’을 넘고 있다.

난모쿠=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고령화#난모쿠촌#일본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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