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브로커’ 블레어, ‘수상한 돈벌이’ 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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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후 자문회사 세워 거액 챙겨… 英정계 “사업내용 투명하게 밝혀야”
블레어측 “고객 보호 위해 못밝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사진)가 설립한 자문회사의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도의 3배로 뛰었다. 그가 총리라는 공직에 있으며 쌓은 고급 인맥으로 국제적인 브로커 사업을 해 막대한 사익을 챙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7일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토니블레어어소시에이츠(TBA)’ 산하 회사 ‘윈드러시 벤처스’의 지난해 총매출이 1940만 파운드(약 339억5523만 원)로 전년보다 30% 증가했다. 순이익은 3배로 뛴 260만 파운드였다. 직원 48명의 평균 월급도 3만5000파운드에서 10만3791파운드(약 1억7500만 원)로 올랐다. 임원 월급은 평균 급여의 약 4배인 40만3000파운드에 이른다.

블레어 전 총리는 2007년 총리직에서 물러난 날 미국 러시아 유엔 유럽연합(EU)의 중동평화특사로 임명됐다. 그는 동시에 TBA를 세워 중동에서 사업을 하며 거액의 자문료를 챙기기 시작했다. 윈드러시 벤처스는 각국 정부의 자문 업무를 맡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장기 집권 독재자인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과 아부다비 왕가가 회사 고객이다. TBA의 또 다른 자회사인 ‘파이어러시 벤처스’는 JP모건과 같은 개인회사와 국부펀드의 공식 자문을 담당한다. TBA의 지난해 회계자료에 따르면 두 회사가 관리하는 펀드 규모는 1000만 파운드가 넘는다.

블레어의 사업은 끝없는 구설에 시달렸다. 2014년에는 그가 사우디아라비아 석유기업과 중국 정·재계 요인들의 만남을 주선해주는 비밀 계약을 맺었다고 선데이타임스가 보도했다. 월 4만1000파운드에 계약당 2%의 성공보수를 추가로 받는 조건이었다.

2011년에는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통치 종식을 위해 국제사회가 대대적인 공습에 나섰을 때 블레어는 카다피 구명을 위해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의회가 진상 조사를 하기도 했다. 그는 평화 중재자가 아니라 ‘중동 브로커’로서 특사직을 개인사업에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지난해 6월 8년 만에 특사직을 사임했다.

보수당의 앤드루 브리젠 의원은 “전직 총리가 외국 정부를 위해 비밀스럽게 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세금 전문가인 리처드 머피 시티대 교수(정치경제학)는 “블레어 전 총리는 공직에 있을 때는 책임과 투명성을 강조했지만 지금은 자신의 수입원에 대해 당황스러울 만큼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윈드러시의 대변인은 “고객의 정보는 비밀 보호를 위해 밝힐 수 없지만 세금 문제는 투명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브로커#토니 블레어#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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