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대응보다 개도국 어린이 지원 급하다”

  • 동아일보

빌 게이츠 ‘기부자에 보내는 편지’
“선진국들 기후자금 마련하느라
제3세계 건강-의료지원금 줄여”

지난해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왼쪽)이 나이지리아 소코토 주의 보건소를 방문해 한 아이에게 소아마비 약을 먹이고 있다. 사진 출처 ‘2010년 기부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지난해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왼쪽)이 나이지리아 소코토 주의 보건소를 방문해 한 아이에게 소아마비 약을 먹이고 있다. 사진 출처 ‘2010년 기부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부금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는 개발도상국 어린이들 생명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자선단체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운영하는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25일 기후변화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늘어나면서 개도국 어린이들의 건강과 의료 지원에 대한 관심이 소홀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이츠 전 회장은 이날 재단을 통해 매년 보내는 ‘기부자들에게 보내는 편지(2010 Annual letter from Bill Gates)’에서 “선진국들이 개도국들의 기후변화 대응 지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개도국 국민과 어린이를 위한 건강·의료지원금(health aid)을 쥐어짜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덴마크 코펜하겐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선진국이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추가 지원을 약속하며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씩을 지원하기로 합의한 데에도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개발도상국을 위한 백신 기금에서 기후변화 지원 목표인 1000억 달러의 1%에 해당하는 금액만 떼어내 가도 어린이 70만 명이 치료받지 못한 채 죽을 수 있다”며 “개도국 국민에 대한 건강과 의료 지원이 줄면 결국 지구 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개도국 국민에게 건강, 의료 지원금을 충분히 지원하면 자발적인 가족계획을 세워 출산율도 조절할 수 있는데 지원금이 줄면 출산율 조절에 실패해 인구증가로 기후변화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 지난해 미국의 비정부기구 ‘국제인구행동(PAI)’은 인구증가 경제성장 기술혁신 등을 온실가스 증가의 주 원인으로 지적한바 있다.

그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출산율을 적절하게 조절해 인구증가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일 수 있으며 온난화로 발생하는 가뭄을 이기는 곡물 개발에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게이츠 전 회장은 개도국에 대한 건강, 의료 지원을 철회한 이탈리아 같은 국가들을 비난하는 한편 미국의 지원금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의 재건 지원에 주로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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