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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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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재미있는 말씀을 하셨다. 옳지 않은 방향으로 가는 기차를 잠시 정거장에 세워놓은 수준이라는 평가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국 입장의 국내용에 불과하다. 정부는 정상회담을 통해 전문가들과 많은 국민이 반대해 온 전시작전권 환수를 기정사실화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서 “한미동맹과 한반도 안보 문제에 이상이 없다”는 말을 끌어내 국민에게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다. 북핵 문제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에서는 성과를 끌어내지 못했다. 이번 회담의 후유증은 장기적으로 한국이 짊어져야 할 것 같다.
○ 실체 모호한 포괄적 접근방안…북핵 견해차 못 좁혀
▽현=정부는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포괄적 접근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을 들고 있는데 이것이 과연 큰 성과가 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포괄적 접근이라는 용어를 썼지만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 구체적인 내용을 이끌어 내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원칙은 버리지 않고 유지하기로 서로 합의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임시방편의 합의에 지나지 않는다.
▽김=한국과 미국은 북핵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다르다. 정부는 도와주는 분위기 속에서 북한을 안심시키면 북한이 6자회담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제재해야 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한국이 꼭 미국의 태도를 따라가야 할 필요는 없지만 북핵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인식은 매우 잘못됐다. 이것이 한미관계 불협화음의 원천이다. 포괄적 접근방안이라는 용어는 한국의 북한 감싸기와 미국의 대북 제재 강화 방침이 만나서 어정쩡하게 만들어진 말로 생각된다.
▽현=동감한다. 김 교수가 북핵 문제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한 것처럼 제 생각에도 미국은 북핵 문제에 있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문을 계속 이행해 나가는 절차를 밟을 것 같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유화책을 써 한미 간 견해차는 더 커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당사자인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문제가 생긴다. 이것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정부는 맹목적인 유화책에서 벗어나 핵 폐기 이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는 것을 북한이 느낄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해야 한다.
▽김=그렇다. 무조건 북한을 압박하거나 포위해서 못살게 굴자는 게 아니다. 북핵 문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풀어 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생각하자는 것이다. 북한이 협조하면 진보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보수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현=중요한 포인트다. 원인 제공자는 북한이기 때문에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하게 얘기했다고 해서 그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김=그동안 정부는 북핵 문제에 대해 보편성을 무시한 채 분단 상황에서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한국적 특수성만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미국은 북핵 문제를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어젠다로 끌고 가려 하고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여기에 동참해야 국제사회의 낙인을 피할 수 있다.
○ 정부가 전시작전권을 정치 쟁점화해
▽김=공감한다. 미국이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에 동의한 것은 반미 흐름에 휩쓸리거나 한국 정부에 이용당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사실 이 문제는 한국 정부가 전시작전권을 가져오겠다고 말하는 순간 정치 문제화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주권’을 언급하며 국민을 선동하는 순간 군사적 문제가 아닌 정치적 문제가 된 것이다. 이 문제는 이번 회담에서 다룰 문제도 아니었는데 결국 이 지경까지 왔다. 정부는 국가 안보를 걱정하는 목소리를 정치적 문제로 왜곡하고 있다.
▽현=그렇다. 정부가 지극히 정치적인 시각으로 이 문제를 정치화했다. 정부가 전시작전권 문제를 정치화한 것이다.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를 반대하는 견해가 많은데 정부가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시기를 정해 놓고 밀고 나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큰 후유증이 불가피할 것이다.
▽김=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이 문제와 관련한 어떤 논의도 정치화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또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면 이후 한미 협력 시스템은 순수한 군사적 기구로 기능하기 어렵다. 한미 양국의 정치적인 입장이 개별 사안마다 작용할 것이다.
▽현=전시작전권 환수 시기나 방법이 중요한 이유는 이 문제가 한미동맹의 미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 문제를 꺼내기 전에 먼저 한미동맹의 청사진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그런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이 문제를 거론했다. 순서가 크게 잘못됐다는 얘기다.
○ FTA 서둘러야… 동북아 고려한 전략적 사고 필요
▽김=이번 정상회담에서 사실 가장 중요하게 논의했어야 할 문제가 한미 FTA다. 내년 3월까지 제대로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에서 한미 양국 지도자들이 책임 있는 의견을 교환하고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어야 하는데 아쉽다.
▽현=한미 두 나라 관계만 볼 게 아니라 동북아 전체를 보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미 갈등은 결국 한국에 가장 큰 피해를 준다. 그런데 정부는 스스로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
▽김=북한은 현재의 문제이자 먼 훗날에도 해결하기 힘든 중심 과제인데도 정부는 이 문제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주변국을 끌어안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다른 국가들을 끌어 올 수 있어야 한다.
정리=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 알맹이 없이 미봉책으로 끝난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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