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줄기세포로 연골 배양”각국 ‘줄기 키우기’ 가속도

  • 입력 2005년 12월 2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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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치료기술 개발에 우리도 동참하자.”

인도의 제대혈(탯줄혈액) 줄기세포 분야 벤처회사인 라이프셀은 내년 4월 줄기세포 이식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첨단 연구센터를 개원할 계획이다. 투자비용은 1억5000만 루피(약 48억 원).

라이프셀의 모기업인 아시아 크르요셀의 아바야 쿠마르 사장은 “향후 2, 3년 동안 줄기세포 보관사업과 연구, 치료법을 위해 5억 루피(약 160억 원)를 투자할 예정”이라면서 “세계의 줄기세포 전문가들이 이곳에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발 앞서 줄기세포 연구 및 치료기술을 개발해 내기 위한 생명공학 분야의 연구 경쟁으로 지구촌이 뜨겁다. 최근에는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뿐 아니라 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들도 이 경쟁 대열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과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의학기술로 ‘의료 관광’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는 태국도 줄기세포 치료의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줄기세포 치료가 미래의 ‘황금 알’을 낳는 산업이 될지 모르지만 줄기세포 이식 시 안정성과 면역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줄기세포 연구가 아직 초기 단계인 상황에서 너무 성급한 임상 적용은 새로운 ‘재앙’을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세계 30개 생명공학 벤처사 경쟁=줄기세포는 신체를 이루는 각종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원시세포를 말한다. 수정 후 며칠이 지난 배아의 초기단계(배반포)에서 뽑아낸 배아줄기세포와 발달이 끝난 신체의 조직에서 유래한 성체줄기세포로 나뉜다.

1981년 세계 최초로 생쥐 배아줄기세포가 만들어진 이후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급격히 발전했으며 1998년 처음으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2001년 미국 행정부는 전 세계 연구기관에서 수립된 총 72개의 배아줄기세포주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세계적으로 30개 이상의 생명공학 벤처회사가 줄기세포의 산업적 이용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실험실에서 무한증식이 가능하고 다양한 세포 타입으로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는 많은 종류의 불치병을 치료하는 훌륭한 재료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아직 줄기세포를 이용한 질환 치료의 길은 멀다. 대부분 줄기세포를 각종 세포로 분화시키는 단계에 머물고 있거나 동물실험에 들어간 상태다. 일부 분야에서만 괄목할 만한 성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당뇨,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 분야에서 성체줄기세포 치료법을 개발한 게 단적인 예다.

특히 최근 영국에서는 환자 자신의 골수줄기세포로부터 연골을 배양하는 실험에 성공해 골관절염(퇴행성관절염)을 완치할 길이 열렸다고 BBC 인터넷판이 19일 보도했다.

영국 브리스틀대 사우스미드병원의 관절염 전문의 앤서니 홀랜더 박사는 골관절염 환자에게서 채취한 골수줄기세포를 배양액이 담긴 시험관에 넣고 키운 결과 한 달여 만에 1.3cm의 연골로 자라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인공 배양된 연골은 굳어지거나 섬유질이 너무 많아 문제가 됐지만 이번에 만들어진 연골은 이런 문제가 없다는 것.

홀랜더 박사는 “환자 자신의 골수줄기세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식 후 거부반응도 나타나지 않으며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윤리 문제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2년 내에 임상시험을 시작하고 이르면 10년 내 골관절염의 완치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면역체계 이상으로 면역물질이 정상 관절을 공격하는 ‘류머티스 관절염’은 해당되지 않는다.

국내 줄기세포 전문가들은 “농사는 현 세대가 짓지만 달콤한 과일은 후손들이 따먹는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A대 한 전문가는 “황우석(黃禹錫) 교수 사건으로 민간 연구비는 차치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가 투자하려는 연간 금액의 30분의 1에 불과한 정부의 줄기세포 연구비마저 사라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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