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대식가’ 中-印 석유전쟁 불꽃

  • 입력 2005년 10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친디아(Chindia)’로 불리는 중국과 인도. 아시아를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 강국인 두 나라는 정치 외교는 물론 군사적으로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부분에서는 다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두 나라가 최근 ‘석유 냉전(冷戰)’을 벌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도 경제 성장에 국가의 명운을 건 두 나라는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총성 없는 전쟁’이나 다름없는 치열한 인수 경쟁으로 불꽃을 튀기는 일이 많다. 앞으로도 중국과 인도의 에너지 충돌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초반 중국 우세=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는 8월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의 3위 석유업체인 페트로카자흐스탄을 41억8000만 달러(약 4조3781억 원)에 인수했다. 반면 인도석유천연가스공사(ONGC)는 인수 경쟁 초기에 주도권을 잡았으나 결국 패하고 말았다.

CNPC는 9월에도 합작투자사인 안데스석유를 앞세워 에콰도르의 유전 및 파이프라인을 14억2000만 달러(약 1조4873억 원)에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ONGC도 경쟁에 뛰어들었으나 또다시 패배했다.

화가 단단히 난 마니 샨카르 아이야르 인도 석유장관은 16일 파이낸셜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CNPC의) 페트로카자흐스탄 인수에는 정당성과 투명성이 없었다”며 입찰 주간사회사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를 비난했다.

ONGC는 페트로카자흐스탄 1차 입찰 때 CNPC가 제시한 주당 인수 가격 51달러보다 높은 가격을 써 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CNPC에 독점권을 주었다. 거래의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였다. CNPC는 나중에 주당 인수 가격을 55달러로 올렸다.

▽양국의 에너지 사정=중국은 1993년부터 에너지 순수입국으로 돌아섰다. 2003년 말 현재 석유 소비량의 49%를 수입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석유 수입국이다. ‘세계의 공장’이자 ‘에너지자원 진공청소기’인 중국은 연평균 9%대의 고도 성장을 위해서는 석유를 계속 수입할 수밖에 없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는 석유 확보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후 주석은 2003년 3월 국가주석 취임 이후 20개국을 방문했다. 국제회의 참석을 제외하면 모두 중동과 중앙아시아, 아프리카의 자원 부국을 찾았다.

인도 역시 연평균 7%대의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산업의 피’인 석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인도는 석유 소비량의 70%를 수입해 쓰고 있다. 인도의 ‘석유 전쟁’ 사령관은 영국 케임브리지대 출신의 아이야르 장관이다. 그는 인도 정부가 핵개발에 나선 이란을 제재하려는 유럽연합(EU) 편을 들었지만 석유 확보를 위해 이란∼파키스탄∼인도를 잇는 송유관 건설 계획을 추진하는 뚝심도 보였다.

▽격돌 가능성 짙어=두 차례 인수 경쟁에서 거푸 패한 인도는 일단 러시아의 사할린 지역으로 눈을 돌렸다. 사할린 1지구 유전 개발에 모두 27억 달러(약 2조8280억 원)를 투자해 전체 비용의 40%를 충당하고 나섰다. 이는 다국적 석유업체인 엑손모빌의 30%를 넘는 규모.

사할린 1지구의 매장량은 석유 23억 배럴, 천연가스 4850억 m³에 이른다. 인도의 현재 소비량으로 석유는 2년 반을, 천연가스는 18년을 충당할 수 있다. 인도는 앞으로 10년간 투자 비용 비율에 해당하는 석유 및 천연가스를 공급받는다.

그러나 아이야르 장관은 일본과 손잡고 중앙아시아의 석유 공동 탐사 및 운송에 나설 계획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중국도 카스피 해 연안의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석유 확보를 위해 이 지역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어 두 나라가 이곳에서도 충돌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이 진 기자 lee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