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자연재해… 지구가 심상찮다

입력 2005년 1월 11일 18시 00분

지난해 12월 26일 발생한 남아시아 지진해일(쓰나미)의 충격이 가라앉기도 전 세계 곳곳에 이상 자연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유럽 북부에 허리케인 수준인 시속 150km 이상의 폭풍우가 들이닥친 것을 비롯해 미국 캘리포니아에 폭설과 폭우가 쏟아졌다. 브라질엔 가뭄과 혹서가 함께 왔고 멕시코에서는 화산재가 5km 상공까지 치솟았다.

▽폭우 폭설에 시달리는 지구촌=8일부터 유럽 북부를 휩쓴 폭풍우는 10일까지 적어도 16명의 희생자를 냈다. 폭풍은 아일랜드를 강타한 뒤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등을 거쳐 러시아 서부 지역까지 휩쓸었다. 노르웨이에서는 원유 생산이 중단되고 독일에서는 열차 운행과 여객선 운항이 금지됐다. 아일랜드에서는 15만 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겼고 영국에서는 3명이 숨지고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도 폭설과 폭우가 쏟아져 11명이 숨졌다. 로스앤젤레스 일대에는 7일부터 10일 저녁까지 510mm가량의 비가 퍼부었으며 특히 샌게이브리얼 산맥 인근에는 무려 690mm의 비가 내려 마을이 물에 잠기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의 겨울철 평균 강우량은 380mm.

한편 캘리포니아 동부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시에라네바다의 고지대에는 지난해 12월 28일 이후 570cm의 눈이 쌓였고 네바다 주 리노레이크타호에도 195cm의 눈이 내려 1916년 이후 최대의 강설량을 기록했다.

▽지진과 화산 폭발 우려도=브라질에는 가뭄과 폭우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브라질 남부 리우그란데두술 주 당국은 10일 가뭄 비상사태를 26개 시에서 87개 시로 확대했다. 또 알라구이냐스, 바이아, 세르지페 등 북동부 지역도 식수 부족과 수확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연일 40도의 살인적 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이들 지역에는 지난해 12월 초부터 비가 오지 않고 있다. 반면 이날 중부 4개 주에는 폭우주의보가 내렸다.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인근 포포카테페틀 화산은 9일 증기와 재를 5km 높이까지 분출해 폭발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이 밖에 10일 이란 북동부에서 리히터 규모 5.8, 남미 콜롬비아에서는 규모 4.8의 지진이 일어났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북부 유럽과 미주대륙의 이상 자연현상에 대해 서울대 허창회 교수(지구환경과학부)는 “북극 지역 대기 순환의 변동이 강해지면서 북반구의 기후에 영향을 미쳐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