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한인입양인대회 개막]“우릴 버린 親母 이젠 이해”

  • 입력 2004년 8월 4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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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에서 개막되는 세계한인입양인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귀국한 김동민(왼쪽) 김미정씨 부부. 1970년대 미국으로 각각 입양됐던 이들은 2001년 결혼한 입양인 부부다.- 김미옥기자
5일 서울에서 개막되는 세계한인입양인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귀국한 김동민(왼쪽) 김미정씨 부부. 1970년대 미국으로 각각 입양됐던 이들은 2001년 결혼한 입양인 부부다.- 김미옥기자
《“우리를 먼 나라로 보냈던 비정한 모국이지만 꼭 한 번 와보고 싶었습니다.” 5일 서울에서 개막되는 ‘세계한인입양인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많은 해외 입양인들이 모국을 찾았다.》

■ 김동민-김미정 부부

미국 시애틀에서 온 자흐 허디(한국명 김동민·30)와 김 워너허디(한국명 김미정·30) 부부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1977년 미국 미시간주와 1974년 미국 켄터키주로 각각 입양됐다.

1999년 시애틀에서 열렸던 입양인 캠프에서 처음 만난 이들은 2001년 결혼했다. 입양인이라는 공통분모가 사이좋은 부부가 되기 위한 일종의 ‘보너스’였다고 생각한다는 이들 부부는 “정체성 문제로 치열하게 고민했던 성장기를 공유한 우리 부부는 가끔 놀랄 정도로 비슷한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입양기관에서 입양상담 카운슬러로 일하고 있는 부인 워너허디씨는 “아이는 낳은 부모가 직접 키우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모두에게 버림 받은 아이가 부모 사랑을 받으며 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입양은 소중한 일”이라며 “우리도 기회가 되면 입양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두 손을 꼭 잡고 있던 이 부부는 19일 출국 전까지 제주 부산 경주 등 한국의 곳곳을 둘러볼 계획이다.

세계한인입양인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귀국한 김문자(왼쪽), 명자씨 쌍둥이 자매. 이들이 들고 있는 책은 12세부터 25세까지 입양아로서 겪었던 정체성 혼란 등을 담아 명자씨가 미국에서 출간한 것.- 김미옥기자

■ 쌍둥이자매 지닛-지니

1972년 홀트를 통해 미국에 동시에 입양된 쌍둥이 자매 지닛 밴스(한국명 김문자·32)와 지니 밴스(한국명 김명자)도 그리운 모국을 찾았다. 백인의 비율이 90%에 달했던 시애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 자매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을 때마다 양어머니가 “너희들의 피부색은 누구보다도 예쁘다”고 말해 주었다며 “그때마다 한국에 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 자매는 한국에 있는 친부모를 찾기 위해 모국을 방문했다. 지닛씨는 “우리를 버릴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를 이해한다. 어머니를 찾을 수 있다면 먼저 크게 안아주고 싶다”면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털어놨다.

혼란스러웠던 유년기 때의 기억을 토대로 2003년 책을 출간하기도 했던 지니씨는 “조만간 32년 전 우리가 버려졌던 장소에 가볼 생각”이라며 “한국에 있는 동안 언론사를 통해 우리의 사연을 알려 친부모를 꼭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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