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항공우주국, 생활-의료기술도 첨단 달린다

  • 입력 2003년 12월 23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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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레이더 기술을 이용해 라식 수술을 하는 동안 눈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모습. 눈의 움직임을 초당 4000번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초당 1000번의 눈 움직임을 파악해야 하는 안구추적장비의 안전기준보다 4배나 뛰어난 성능이다. -사진제공 NASA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레이더 기술을 이용해 라식 수술을 하는 동안 눈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모습. 눈의 움직임을 초당 4000번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초당 1000번의 눈 움직임을 파악해야 하는 안구추적장비의 안전기준보다 4배나 뛰어난 성능이다. -사진제공 NASA
《위조지폐를 판별하는 영상기술, 전기 없이도 하루 이상 빛나는 비상출구 표지, 인공귀 이식기술의 공통점은?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첨단기술이다. 미국의 자존심 NASA는 우주개발의 메카이자 세계 최대의 발명가 집단이다. NASA는 1973년부터 공식적으로 우주기술을 민간으로 이전하기 시작한 이래 10개 연구소에서 다양한 기술이전네트워크와 창업인큐베이터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NASA 창립 45주년을 맞아 NASA 기술의 부산물을 소개하는 2003년 책자에서 션 오키프 국장은 “NASA 기술이 농업, 통신, 컴퓨터 기술, 환경 및 자원 관리, 보건 및 의약, 교통 등에 이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위조지폐 가려내는 영상센서=NASA 마셜우주비행센터에서 자금을 받은 ‘프로비전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고성능 영상센서는 위조지폐나 위조여권을 가려낼 뿐 아니라 음식물의 안전성을 판별할 수 있다. 원래는 우주비행사가 탐사지에서 간편하게 촬영할 수 있는 고성능 휴대용 카메라에 쓰이도록 개발된 것.

물체에서 반사된 빛을 가시광선과 적외선 영역에서 1000개 이상의 성분으로 분리함으로써 진짜와 가짜를 식별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50달러짜리 지폐에 인쇄된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의 눈을 이 센서로 찍자 적외선 영역에서 가짜의 반사율이 진짜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또 미 농림부가 키우는 몇 종류의 곰팡이를 이 센서로 찍어서 옥수수에서 자라는 독성 곰팡이와 음식물에서 자라는 무해 곰팡이를 성공적으로 구별해 냈다.

▽전기 없이 장시간 빛나는 비상구 표지=보통 비상구 표지는 전기가 나가면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워싱턴 켄트 소재 ‘루나 테크놀로지 인터내셔널’사가 개발한 새로운 표지는 전기가 없어도 장시간 선명하게 빛난다. 존슨우주센터에서 치른 시험에서 NASA 공학자들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비상통로 표지로 선택했을 정도로 성능을 좋게 평가받았다.

스트론튬 알루미네이트를 이용해 새로 개발된 표지는 발광 초기에는 전기표지만큼 빛나고 교통표지로 많이 쓰이는 야광물질인 황화아연 표지보다 성능이 뛰어나다. 황화아연 표지는 3시간밖에 빛을 내지 못하는 반면 새로운 표지는 15∼25배가 밝은 빛을 30시간 이상 내놓는다. 최근 이 표지는 9·11테러 이후 재건된 펜타곤의 벽과 마루에 전기가 나가는 비상시를 대비해 설치되기도 했다.

▽라식(LASIK)수술에 동원되는 레이더기술=최근 시력 교정수술로 각광받고 있는 라식수술에도 NASA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레이저를 이용해 안구 전면의 볼록한 투명막인 각막을 깎아서 시력을 향상시키는 라식수술에서 문제는 수술 중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눈의 움직임이다. NASA 존슨우주센터와 미 국방부에서 목표 추적 및 무기발사제어용으로 개발한 레이더기술을 이용하면 초당 4000번의 속도로 눈의 움직임을 측정할 수 있다.

대개 안구는 초당 100번 순간적으로 미세하게 움직이는데 이 정도는 기존 비디오 안구추적시스템으로도 감당할 수 있지만, 급작스러운 안구의 움직임을 좇아 수술하려면 초당 1000번 정도로 눈의 위치를 잡아낼 수 있어야 한다. NASA 기술은 이보다 4배나 더 뛰어난 것이다.

▽NASA 전기공학자가 개발한 인공귀 이식물=26년 전 NASA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일하던 전기공학자 애덤 키시아는 인공귀 이식물을 발명했다. 키시아씨는 3년 동안 짬짬이 의학적 지식을 쌓고 자신의 전기공학적 지식을 이용함으로써 단지 소리를 더 크게 들리게 하는 보청기와 전혀 다른 인공귀 이식물을 창조해냈다. 원리는 음성신호를 선택해 전기신호로 바꾼 뒤 환자의 귀에 전달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6만6000명이 넘는 환자들이 키시아씨의 기술에 기반을 둔 인공귀를 이식받았다. NASA측은 “연구원이 개인적인 노력으로 이룬 이 의학적 기적은 NASA 기술이 무한하고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예”라고 밝혔다. 덕분에 올해 4월 키시아씨는 미국 우주기술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비디오게임에 쓰이는 뇌파 측정술=NASA 랭글리연구센터의 앨런 포프 박사팀이 비행시뮬레이션 동안 NASA 조종사의 뇌파를 측정하는 기술을 사용해 미국인들, 특히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를 겪는 사람들의 정신활동을 돕는 혁신적인 비디오게임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이 자동차 게임에 적용될 때 참가자의 주의력이 최적 상태라면 조종이 쉬워지는 반면, 주의가 산만한 상태라면 게임 조작이 어려워진다. 이 게임을 하면 참가자는 자연히 집중력이 향상된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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