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베트남戰 닮은꼴 7가지

  • 입력 2003년 10월 30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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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은 한 독재국가가 위협이 된다고 판단, 전쟁을 결심했다. 잘못된 정보력에 기반을 둔 증거가 제시됐고, 의회는 대통령을 뒷받침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전쟁은 공습과 동시에 지상군을 투입하면서 시작됐다. 대통령과 국방장관은 미군이 곧 승리한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미군은 격렬한 저항과 테러 공격에 직면했고, 피해는 늘어만 갔다. 게릴라전이 시작됐지만 미군의 동맹은 많지 않았다. 대통령 지지도가 추락하기 시작했고, 계속되는 아군의 죽음과 천문학적 전쟁비용에 여론은 악화됐다….”

이라크전쟁 얘기가 아니다. 맥스 클리랜드 전 미 재향군인관리국장이 전한 베트남 전쟁 약사(略史)다. 대통령은 린든 존슨, 국방장관은 로버트 맥나마라, 잘못된 정보는 훗날 조작 의혹을 산 통킹만 사건을 말한다.미국에서 베트남전 악령(惡靈)이 되살아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8일 “라마단 첫날(27일) 터진 자살폭탄테러는 베트남 철군의 원인이 된 구정(舊正) 공세를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MSNBC 방송은 29일 “이라크전은 베트남전과 소름끼치도록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우리는 1975년 이후로도 베트남에서 떠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방송이 전한 베트남전과 이라크전의 7가지 유사점.》

▼미지도부 "폭도들 절망" 낙관일관▼

베트남전 당시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장관은 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해 공산정권 붕괴가 임박했다는 낙관론으로 일관, 잘못된 정책을 이끌었다. 이라크 상황이 악화되는 데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폭도들이 절망하고 있다” “세계는 내 지도력 아래 평화롭다”며 자신하고 있다.


▼언론 폭탄테러 부각 反戰여론 주도▼

베트남전 당시 미 언론들은 TV 화면과 사진으로 비참한 전투 장면을 그대로 전달, 반전(反戰) 여론 형성을 주도했다. 이라크에서도 언론은 연일 폭탄테러 장면을 보도하고 있다. 폭탄에 부서진 자동차가 ‘그림’이 되기 때문이다.


▼"자고나면 피습" 미군 희생자 급증▼

이라크전 미군 사망자 수가 크게 늘고 있다.

베트남전 당시 미군은 사망자 급증 의미를 희석시키기 위해 적군 희생자 수를 크게 떠벌렸지만 지금은 이런 ‘언론 플레이’도 힘들다.


▼유권자들 "일단 견디고보자" 인내심▼

전통적으로 미 국민은 전쟁에 극도의 인내심을 발휘한다. 베트남전 당시 공산세력의 확대를 막자는 ‘냉전 논리’가 미 역사상 가장 길었던 전쟁을 견디게 했다. 이라크전에 대해서도 유권자들은 아직 ‘사담 후세인 축출은 잘한 일’이라며 동조하고 있다.


▼행정부내 강-온건파 사사건건 대립▼

베트남전은 ‘매파’와 ‘비둘기파’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과 달리 반전 세력이 처음 등장했다. 이라크전에서도 매파(국방부)와 비둘기파(국무부)가 치열하게 대립했다. 그 결과 이라크 재건책임이 국방부→국무부→국가안보회의로 넘어가는 혼선을 빚었다.


▼'치고 빠지기' 게릴라전에 미군 혼란▼

베트남에서 월맹이 벌인 치고 빠지기식 게릴라 전술은 미군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이라크에서도 조직적 게릴라 공격이 잇따르고 있지만 현지 군 소식통은 사막으로 둘러싸인 ‘무법지대’에서 미군은 속수무책이라고 전했다.


▼대통령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 강경▼

최근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서 물러서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는 리처드 닉슨 행정부가 71∼72년 “베트남에서 허둥지둥 달아나지 않겠다”고 공언하던 것과 똑같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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