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 안방까지]<3>“한국, 美증시의 착한 동생”

  • 입력 2003년 10월 26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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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원으로 주식투자를 하여 용돈을 벌고 있는 회사원 송모씨(34)는 요즘 한국 경제와 기업 소식에는 별 관심이 없다.

한국 증시를 쥐고 흔드는 외국인투자자들이 주로 미국 증시 상황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실적 호조 → 뉴욕 증시 상승 → 외국인투자자 한국 주식 매입 → 한국증시 상승의 주가 동조화(同調化)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한국 증시가 미국 증시의 착한 막내 동생이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우지수를 보면 종합주가지수가 보인다=23일 한국 증시의 폭락은 예견됐다. 22일 미국 아마존 등 주요 기업의 4·4분기와 내년 실적 전망에 대한 실망감이 퍼지면서 미국 증시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이달 10일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으로 온 나라가 소란스러웠지만 종합주가지수는 20포인트가 넘게 올랐다. 그 이유는 전날 미국 주가의 상승이다.

이달 들어 23일까지 거래일 기준으로 16일 동안 종합주가지수의 상승 또는 하락이 전날 미국 다우공업지수의 상승 또는 하락과 일치한 날은 10일이었다. 9월에는 일치한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이 각각 11일과 7일이었다.

코스닥지수의 상승 또는 하락이 전날 나스닥 종합지수와 같은 날은 10월이 각각 8일이었지만 9월은 12일 대 6일로 같은 날이 훨씬 많았다.

▽외국인 지분 40% 시대의 명과 암=미국 증시와 한국 증시를 연결하는 고리는 주로 미국에 근거를 둔 글로벌투자가(다양한 유형의 펀드와 연기금)들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증시가 오른 것은 이들에게 돈이 모이면서 ‘글로벌 유동성 장세’가 왔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는 아시아 시장의 하나여서 혜택을 본 것.

국내 기관투자가나 개인투자자들이 외국인에게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는 가운데 23일 현재 외국인의 거래소시장 시가총액 소유 비중은 39.80%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김승식 삼성증권 팀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모두 한마음인 것은 아니지만 핵 문제 등 한국 관련 사안에 대한 미국의 언론과 정부 발표에는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홍춘욱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지분이 더 높아지면 국가 경제의 자주권이 위협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어떤 이유로든 외국인이 한국 시장을 일시에 떠나는 상황이 오면 증시는 물론 금융과 경제 전반이 마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국인이 기업을 바꾼다=올 상반기에 외국계 펀드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았던 한 대기업의 임원은 9월 초 펀드평가회사들을 찾아다니며 이렇게 부탁했다.

“하루에도 여러 개의 외국인 펀드가 들어오고 나가는데 이들이 누구고 무슨 마음을 먹고 있는지 좀 파악해 주세요. 대주주께서 신경을 많이 쓰셔서….”

국내 기업 대주주들은 올 3월 시작된 소버린 자산운용의 SK㈜ 매집 사건을 통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펀드에 경영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8월에는 미국의 GMO펀드가 현대엘리베이터를 대량 매집한 것이 경영권을 노린 것인지 아닌지를 놓고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홍 팀장은 “일부 외국인은 투자 기업의 주주총회에 참석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며 이 때문에 기업이 배당을 더 많이 하는 등 주주의 눈치를 보게 된 것은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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