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발견! 중국의 세계유산-스촨성 주자이거우

  • 입력 2003년 10월 22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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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3000m 고지의 깊은 계곡에 자리잡은 우차이츠(五彩池). 상상조차 불가능한 환상적인 물색과 유리보다 더 투명한 못안의 수중 비경은 감탄을 넘어 탄식을 낳게 한다. 창하이(長海) 아래에 있다. 조성하기자
해발 3000m 고지의 깊은 계곡에 자리잡은 우차이츠(五彩池). 상상조차 불가능한 환상적인 물색과 유리보다 더 투명한 못안의 수중 비경은 감탄을 넘어 탄식을 낳게 한다. 창하이(長海) 아래에 있다. 조성하기자
《13억 중국인을 두 부류로 나눈다면. 주자이거우(九寨溝·구채구)를 가본 사람과 가보지 못한 사람이다.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이런 허풍이 통할까. 거대한 산악에 둘러싸인 한반도 두배 반 크기의 거대한 분지 쓰촨(四川)성. 주자이거우 계곡은 그 북단의 산악 깊숙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주자이거우에 버금가는 비경 황룽(黃龍)이 있다. 모두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유산(World Heritage). 주자이거우와 황룽 다쭈스커(大足石刻)를 세 차례에 나누어 소개한다.》

비행기 창으로 내다뵈는 고봉군. 무수한 산봉우리가 구름바다를 뚫고 모습을 드러낸 형국이란. 필설로 다 묘사하지 못함을 안타까워 할 뿐이다.

항공기가 하강을 시작했다. 구름층을 파고들자 기체는 심하게 요동쳤다. 늪 속을 헤엄치는 듯한 둔중함. 조금 후 창밖으로는 거대한 고원이 펼쳐진다. 구름 뚫은 4000m급 고산은 저 멀리로 물러난다.

고원 정상의 활주로. 착륙하는 항공기의 창 밖으로 보이는 것은 깊은 계곡뿐, 공항시설은 보이지 않는다. 불시착으로 오해하기 딱 좋다. 해발 3000m. 지구상 여행객이 발 디딜 수 있는 몇 안되는 고지대 공항이다. 트랩을 내려서는 순간, 어지럼증이 느껴진다. 고산증이다. 기압은 700헥토파스칼. 지상(1기압·1013헥토파스칼)의 70% 수준이다. 그러나 안심하시라. 인체는 이 정도 기압 차는 금방 극복한다.

공항터미널은 유리벽의 모던풍 건축물이다. 그 상단에 멋진 필체로 ‘九寨 黃龍’이라고 씌어 있다. 개장한 지 한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신 공항. 그 이전은 끔찍했다. 충칭(重慶)직할시에서 버스로 무려 14시간이나 걸렸다. 왕복 28시간의 길고 지루한 주자이거우 여행길. 그러나 공항 개통으로 2시간으로 줄어들었다. 상전벽해(桑田碧海)급의 변화다.

공항 위치는 이름 그대로다. 주자이거우와 황룽의 중간. 중국대륙의 허다한 비경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치는 이 기막힌 오지에는 티베트의 좡(壯)족이 산다. 이들은 당나라 때 한족을 치러왔다가 패퇴한 티베트인의 후예다.

공항 터미널 뒤편의 산등성은 땅에 꽂힌 무수히 많은 작은 깃발에 뒤덮여 있다. 깃발은 밀교(불교의 분파)를 신봉하는 좡족의 신심을 나타낸다. 깃발에 경전 문구를 적고 바람에 펄럭임 소리를 경전 독음으로 간주하는 이들. ‘마을 아홉 개가 깃든 계곡’이라는 뜻의 주자이거우는 바로 좡족의 마을이다.

3000m급 고원의 구릉. 아스팔트 포장도로로 버스는 잘도 달린다. 보이나니 산과 계곡, 하늘 뿐. 간혹 지나치는 좡족 마을. 집집마다 긴 장대에 매단 경전 쓰인 깃발이 있다. 충칭은 아직 초가을. 그러나 고산인 이곳은 늦가을이다. 이미 첫눈 내렸다니 겨울에 더 가깝다. 평생을 걸어서 다녔다는 좡족 할머니의 두툼한 옷에 겨울은 이미 찾아와 있었다.

이튿날 아침. 주자이거우로 향한다. 협곡 위로 보이는 하늘 모습은 ‘V’자다. 입구(해발 1990m)에서 입장권을 구입하고 중형 버스로 갈아탄다. 오염을 막기 위해 버스는 천연가스로 움직인다. 주자이거우의 비경. 예서는 ‘인간선경’(人間仙境)이라 불린다. 해발 4300m까지 산악, 판다가 서식하는 원시림. 그 협곡을 장식한 호수와 폭포의 비경을 이름이다.

그 핵심은 141개의 호수다. 마치 계단처럼 협곡 아래를 차곡차곡 채운 호수. 폭포는 호수 사이에 걸쳐 있다. 이 풍광이 인간 세계를 신선의 세계로 끌어올린다. 생각해보라. 한 번도 본 적 없고, 한번도 상상한 적 없고, 한번도 기대한 적 없는 ‘생각 능력’ 밖의 것을 보았을 때 신선의 세상 외에 무엇을 떠올릴 수 있을지.

‘Y’자 계곡의 삼거리. 왼편은 창하이(長海·3150m), 오른편은 차오하이(草海·2800m)가 깃든 계곡이다. 주변은 온통 원시림. 창하이로 갔다. 고지에서 만나는 거대한 호수. 수면은 백두산 천지(2199.6m) 보다 950m나 높다. 그 아래 우차이츠(五彩池)는 주자이거우의 141개 호수 가운데서도 백미다. 롱다리 침엽수 우거진 숲 한가운데 드러난 호수의 그 물빛. 손 담그면 잉크처럼 금방 파랗게 물들 것만 같이 짙고 청초한 파랑이다. 놀라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바닥이 훤히 보이는 맑은 물속에는 쓰러진 나무가 썩지 않고 원래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물속 탄산가스에 의해 코팅된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반대편 계곡. 우차이츠를 닮은 물빛 화려한 호수는 여럿이다. 슝마오하이(雄猫海) 우화하이(五花海) 수정췬하이(樹正群海) 등등. 바다 없는 내륙에만 살아온 좡족. 호수는 그들에게 ‘바다의 아들(海子)’이고 그래서 호수 이름에 ‘하이(海)’를 붙인다. 그 도발적인 물빛. 감탄사 대신 탄식을 토한다. 감탄보다 더 한 표현이 탄식임을 안 것은 이번 여행의 또 다른 소득이다.

인간이 만난 선계의 풍경. 어디 호수뿐일까. 석회암 바닥의 계곡 경사면을 휩쓸며 흐르다가 종내는 절벽에서 낙하해 물거품으로 산화하는 전주탄(珍珠灘)폭포, 수백 갈래 물줄기가 작은 계곡 하나를 커튼처럼 드리우는 수정폭포와 뤄르랑(?日朗)폭포.

주자이거우 투어의 즐거움은 호숫가와 폭포 계곡을 통과하는 트레킹에도 있다. 단풍 들어 산색 고운 협곡의 자태. 그 모습 비친 호수를 보며 걸으면 다리품 팔아 예까지 찾아온 수고도 일순 잊게 된다. 호수와 물줄기를 따라 걷는 내리닫이 숲길. 힘들지 않아 좋다. 미끄럼방지용 철망까지 덧씌운 나무 도보도 한 몫을 한다. 근 50km에 이르는 계곡을 잇는 나무보도는 지상과 20cm 가량 떨어져 있다. 지표식물을 보호하고 곤충 및 야생 동물의 통행을 보장하며 산의 훼손을 막는 최소한의 배려다. 이만하면 주자이거우는 이코투어리즘(생태여행)의 첨단이라 할 만하다. 전 세계를 향해 자랑해도 좋을 만한 훌륭한 자연보호 및 안전사고 예방 시설이다.

쓰촨성=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여행 정보

◇찾아가기 △충칭=아시아나항공 주 2회 운항. 3시간30분소요. △주자이거우=충칭에서 매일 2회 운항. 1시간 소요.

◇중국국가여유국 △홈페이지(영어·중국어)=www.cnta.gov.cn △서울지국=02-773-0393

○패키지 상품

충칭왕복 아시아나항공편을 이용해 충칭과 주자이거우, 황룽, 다쭈스커를 두루 여행하는 패키지(4일형, 5일형)이 개발돼 판매 중. 가격은 79만9000∼99만9000원. 판매 여행사는 다음과 같다(지역번호 02). △동아트래블(www.dongatravel.co.kr) 777-8100 △코오롱세계일주(www.yeskolon.co.kr) 3701-4805 △참좋은여행(www.verygoodtour.com) 596-1881 △현대드림투어(www.hyundaidreamtour.com) 3014-2336 △투어2000(www.tour2000.co.kr) 319-2110 △하나투어(www.hanatour.co.kr) 2127-1536 △롯데관광(lottetours.com) 399-2303

▼양쯔강-자링강 접점 충칭서 김구의 임시정부를 만나다▼

충칭(重慶) 시내에 잘 보존되어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김구주석등 임정요인은 여기서 광복을 맞고 환국했다. 조성하기자

대륙 중국은 거대한 산악 ‘친링’(秦嶺·최고봉은 타이바이산·해발 3767m)에 의해 남북으로 나뉜다. 겨울에는 차가운 북서풍, 여름에는 고온다습한 구름을 동반한 남동풍을 막아주는 이 ‘거대한 담’ 덕분에 겨울이 따뜻한 남쪽과 여름이 건조한 북쪽으로 나뉜다.

그 아래에 헝돤(橫斷)산맥(북∼서 방향)과 윈구이(雲貴)고원(남쪽), 우산(巫山·동쪽)에 둘러싸인 거대한 분지가 있다. 삼국지에서 유비의 촉나라가 있던 중국 서부의 쓰촨(四川)성이다. 물줄기 네 개가 모인다는 사천. 당연하다. 물은 아래로 흐르는 법이니 고산에서 발원, 고원을 훑던 강물이 움푹 파인 쓰촨성의 분지에 모이는 것은 거대한 장강(長江·양쯔강)도, 유려한 자링(嘉陵)강도 예외는 아니다. 쓰촨 분지로 흘러든 이 두 물줄기. 두 물은 한 물 되어 아시아 최장의 장강(총연장 6300km)을 이룬다. 그 두 물이 만나는 곳, 거기가 1997년 중국에서 네 번째로 직할시로 승격된 충칭(重慶)이다.

그런 댐 12개만 있으면 13억 인구의 중국 대륙에서 전기 걱정이 사라진다 할 만큼 엄청난 규모의 싼샤(三峽)댐. 충칭은 이 장강 물줄기가 빚은 댐 상류의 거대한 협곡 세 개의 물길(193km)을 따라 삼국지에 등장하는 영웅호걸의 옛 이야기 현장을 방문하면서 3박4일간 여행하는 싼샤크루즈의 출항지다.

하지만 충칭은 우리에게 마지막 대한민국 임시정부(1945년 1∼11월)가 있던 곳으로 더 잘 알려졌다. 3·1운동 직후 상하이(上海)에 수립된 임시정부는 윤봉길 의사가 상하이에서 일본의 육군대장에게 폭탄을 투척한 사건(1932년) 이후 일제에 의해 쫓겨 중국 내 여러 곳을 전전하다가 마침내 1945년 1월 이 충칭에 자리잡는다. 김구 주석 등 임정 요인이 광복을 맞고 환국을 하는 곳도 여기다.

충칭 임정 청사는 충칭시 정부가 한국의 독립기념관과 함께 복원한 것. 2000년 한국광복군 창설 60주년을 맞아 전시장은 확장 개관됐다. 중국 내 임정 청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며(상하이의 12배) 당시 김구 주석이 사용하던 책상 등 집기와 회의실, 숙소와 함께 전시장이 있다. 입장료 20위안. 충칭시 중심 해방비(解放碑)에서 도보로 10분. 오전 9시∼오후 5시 반.

면적(8만2300㎢)과 인구(3055만명)가 각각 남한의 83%와 65%에 육박하는 거대 도시 충칭. 프랑스(55만1500㎢) 크기의 면적(56만8000㎢·남북한의 2.6배)에 1억1300만명이 사는 충칭은 97년 직할시 승격 전에는 쓰촨성의 한 시였다.

사방이 험준한 산악에 둘러싸인 쓰촨. 그 험한 지형에서 한국 사람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만큼 매운 쓰촨 요리가 나왔다. 덕분에 제2차 세계대전 중 중국을 침략한 일본군도 충칭까지는 들어오지 못했다.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 임시정부가 이곳을 전시 수도로 삼은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러나 그 때문에 충칭은 일본군으로부터 대규모 공습을 받아야만 했다. 지금도 시내 곳곳에 남은 수천개의 방공호와 검은 빛깔 일색의 건물이 그것을 잘 말해준다. 공중에서 노출되지 않기 위해 흙 색깔과 똑같이 검게 만들어 위장한 것이다.

이 충칭이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직항 노선 취항으로 한국과 가까워졌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와 거대한 바위에 부처의 가르침을 벽화처럼 조각한 다쭈스커(大足石刻·세계유산)가 있는 충칭의 장베이(江北)공항은 대륙 서부 관광의 새로운 허브로 등장했다. ‘중국의 설악산’이라고 할 만한 환상의 원시림과 호수 계곡인 주자이거우(九寨溝), 신선의 놀이터라는 황룽(黃龍), 그리고 세계적으로 이름난 은둔의 계곡 샹그리라(香格里拉·윈난성)로 가는 항공편이 편리하게 연결된다.

●아시아나항공 중국 노선

세계 최대의 항공사 제휴 프로그램인 스타얼라이언스가 아시아나항공을 멤버에 합류시킨 것은 동북아 새 허브로 도약하는 인천공항을 기점으로 중국 내 여러 도시를 연결하는 다양하고 편리한 노선과 스케줄 때문.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중국의 14개 도시에 17개 노선을 운항 중이다. 충칭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잠시 운항을 중단했다가 7월 복항, 현재 주2회 운항(월 금요일)한다.

주자이황룽(九寨黃龍)공항은 충칭과 쓰촨성 수도인 청두(成都)에서 중국 국적의 2개 항공사가 운항한다. 충칭과 함께 청두(주2회·목 일요일)도 운항하는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면 주자이거우와 황룽을 편리하게 오간다. 소요 시간은 △인천∼충칭 3시간30분 △인천∼청두 3시간20분. 예약 1588-8000

충칭=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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