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아랍어 능통자 급구!"…테러 정보 통역부족 활용못해

  • 입력 2003년 10월 20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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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수사국(FBI)에는 하루에도 수백시간 분량의 도청 녹음기록이 쌓인다. 스파이 위성과 첨단 도청장치를 통해 갖가지 대화를 도청한다. 여기에는 알 카에다 등의 테러 공격에 대한 단서가 적잖게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의 대화를 해독할 언어 전문가가 부족해 결정적인 정보를 사장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최신호(27일자)에서 지적했다.

9·11테러 하루 전인 2001년 9월 10일 미 정보당국은 “내일 행동 개시”라는 단어가 포함된 알 카에다 조직원의 대화록을 입수했다. 하지만 이 테이프는 9·11 이후에야 번역됐다. 미국에 있던 한 알 카에다 용의자는 “미국을 떠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겼으나 FBI가 이 기록을 늦게 해독하는 바람에 유유히 출국해 버렸다.

해외에 근무하는 정보요원들의 고충은 더 크다. 이라크전쟁을 시작하기 직전인 올해 초, FBI는 이라크 북부 급진주의자들이 미국에 테러를 일으킬까봐 이들을 집중 감시했다. 그러나 녹음기록을 국제특송으로 미국 본부에 보내고 받느라 정보분석에만 수주일이 걸렸다.

이에 따라 9·11 이전 FBI에 아랍어 통역자와 페르시아어 통역자는 각각 40명, 25명이었으나 현재는 계약직을 포함해 200명과 75명으로 보강됐다. 그러나 업무는 3배나 늘어나 여전히 정보처리는 역부족이다.

9·11 이후 한 달간 2000여명이 통역요원으로 지원했지만 까다로운 신원확인 절차와 보안 규정을 적용하는 바람에 이들을 십분 활용하지 못했다. 아랍어에 능통한 수십명의 유대인은 이스라엘 국적 포기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아 채용되지 않았다. 뉴스위크는 미국인들이 아랍어를 구사하는 외국계 직원을 불신하는 것도 충원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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