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응징 戰爭]아프간 “美 지원국 보복”

  • 입력 2001년 9월 16일 18시 38분


파키스탄은 미국편에 서서 테러리즘 응징을 지원하느냐, 형제처럼 가까운 아프가니스탄을 계속 돕느냐로 며칠째 딜레마에 빠져 있다.

고심 끝에 일단 테러리즘에 대한 국제사회의 전쟁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기로 15일 결정했다. 그 직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고마움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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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일단 파키스탄으로부터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 ‘당근과 채찍’을 동원했다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가 이날 보도했다.

압둘 사타르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테러리즘과의 전쟁에서 국제사회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면서도 “국제법에 따른 책임을 이행하겠다”고 말해 미국이 군사행동을 벌일 경우 유엔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태도를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미국을 지원하되 파키스탄 내 과격 이슬람 세력의 반발을 우려해 이 같은 조건을 달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가 미국을 지원하겠다고 밝히자 파키스탄의 이슬람 단체원 수백명은 이날 이슬라마바드에서 반대 시위를 벌였다.

아프가니스탄은 미국을 지원하기로 한 파키스탄을 겨냥해 “이웃 국가가 육상 또는 공군기지를 미군에 제공하는 경우 이슬람 전사들의 대규모 공격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파키스탄 신문들은 외국군 병력이 이미 파키스탄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고 영국 PA통신이 이날 전했다.

신문들은 외국인 20명 이상을 태운 특별기가 차칼라 공군기지에 착륙했다거나 미국 특수부대원 50여명이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 육군은 카라치 공항을 접수했으며 다른 공항들에도 병력을 증강했다고 PA통신은 전했다.

파키스탄 주재 주요 다국적 기업들은 이미 주재원 철수작업을 대부분 마무리했으며 늦어도 17일에는 마칠 예정이라고 현지 신문들이 16일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은 미국의 보복공격에 대비해 피란보따리를 꾸리고 있다. 그 중 카불에 살다 피란길에 오른 레이라마(38)는 “폭탄이 떨어져서 애들과 함께 죽게 되든 어쨌든 내 인생에 낙이 없기는 마찬가지”라며 “그러나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사람이 적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외쳐댔다고 AP통신이 16일 현지발로 전했다.

미국이 보복공격에 나설 경우 아프가니스탄에서 기독교 선교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대너 커리(24), 헤더 머서(29) 등 미국인 여성 구호요원은 사형에 처해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편 아프가니스탄 접경 타지키스탄에 주둔중인 러시아 제201 기계화 보병사단이 16일 전투 태세에 돌입했다고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이 밝혔다.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와 아프가니스탄 접경 100㎞ 지점에 배치된 2개 부대를 포함한 201 사단 병력 7000여명은 이날 최고 수준의 전투 준비태세에 들어갔다고 이바노프 장관은 말했다.

<홍권희기자·모스크바연합>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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